[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이달 말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 원장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겨울에 비유되는 유럽 위기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6월 말"이라며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세계 각국 정상들과 활발하게 해법을 모색하고 있어 그때쯤이면 큰 가닥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불확실성이 더욱 악화할 것이냐는 유럽 재정위기의 운명이 20일 안에 판가름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각종 통계나 전문가 진단, 각국 지도자들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거나 스페인이 부도사태를 맞는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좀 낮다고 분석했다.
권 원장은 또 "최근 10년 동안 각국 금융정책이 크게 완화한 탓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며 "과잉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장기간 둔화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는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연장 선상에서 발생했으며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권 원장은 "유럽 위기가 여러 국가의 정치 문제까지 겹쳐 더 나빠진 만큼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장시간이 걸린다"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긴축과 둔화가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이므로 지금부터 우리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내 수출의 품질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데다 소비심리와 고용이 안정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 기반도 애초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하므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굳건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외여건이 안정되면 국내 실물경제는 성장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기존 패턴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3% 후반대)보다 낮지만 탄탄한 수준인 3% 중반대의 성장세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대공황 이상으로 나쁘게 판단하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달리 경제 현안을 너무 낙관적으로 해석한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권 원장은 "경기 둔화의 장기화에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으나 지나친 위기의식이나 과민반응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을 뿐이지 세계 경제에 대한 인식은 김 위원장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