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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신청 아일랜드·스페인 채무 수준, 5년 전엔 우리나라와 비슷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신청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불과 5년 전에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른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가 현재로는 구제금융을 걱정할 정도로 크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안심할만한 수준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총량분야 작업반은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 주최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개최한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는 매우 낮은 수준의 부채에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1인당 소득, 인구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은 2007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36%였지만 이후 재정위기에 봉착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아일랜드는 2007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당시 우리나라의 31%보다 오히려 낮은 25%에 불과했지만 스페인보다 더 먼저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보고서는 이 두 나라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정부 부채에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하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도 안심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 때문에 복지 등 시급한 분야에 투입될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올해 우리 정부의 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은 2007년보다 4조원이나 늘어난 14조2천억원으로, 의료급여, 기초노령연금, 영유아보육료 등 복지 분야의 국고보조사업에 투입되는 국비지원액 12조7천억원보다 많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과세·감면제도의 전면적인 재평가와 세정활동 강화 등을 통해 세원을 늘리고 성과가 미흡한 재정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신규 입법안의 사전 검증작업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엄격히 함으로써 잠재적인 재정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했다.

재정운용의 중기적 위험요인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 의무지출 증가, 복지지출 요구 확대, 자치단체의 재정확충 요구 등을 꼽았다.

따라서 균형재정을 서둘러 달성하고 경제사업 부문의 비중을 줄이며 연구개발(R&D)과 사회복지는 확대보다 내실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비용절감과 지방세 징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학생 감소세를 반영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의 전면 개편과 교부세 배분공식의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