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약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부실 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원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 갚게 하는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추진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은행권 공동 프리워크아웃 도입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은행들이 자체 프리워크아웃을 운영할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1~3개월 연체자)과 개인워크아웃(3개월 이상 연체자)에 앞서 가계의 파산을 막는 완충장치가 추가된다.
금감원은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잠재적 부실 위험군의 채무를 미리 조정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드는 등 은행 건전성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의 가계대출 충당금 적립 비율은 `요주의' 채권이 7%이지만 `고정'으로 떨어지면 20%로 급등한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추진하는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가 반복되는 저신용자에게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 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아 부실 채권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소득 악화로 인해 연체가 거듭된 끝에 부실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담보가치가 추락한 주택담보대출자와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체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부실 위험군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대출자 가운데 부실 확률이 높은 `잠재적 위험군'을 30만7천가구로 추정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의 모범 사례로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저신용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1만 1천명의 빚 1100억원을 10년 이상 장기 분할상환으로 전환했는데, 연체율이 3~5%에 그쳤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언제 부실이 급격히 퍼질 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계부실 시한폭탄'을 막으려면 연체자로 전락할 위험군을 미리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