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혜를 보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고령자의 3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재원은 애초 예상한 2060년보다 7년이나 일찍 고갈되고 정부 재정을 통한 연금 혜택 확대가 쉽지 않아 사적연금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연금 준비가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은 노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장수위험'을 대비해 새 일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어 노인 취업률이 3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저금리로 인해 주식투자에 나선 고령층은 100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한국 사회에 점점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다.
12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공적연금 수급자는 180만179명으로 65세 이상 전체(추계인구)의 31.8%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160만5천957명(28.3%), 공무원연금은 16만9천980명(3.0%), 사학연금은 2만4천242명(0.4%)이다.
고령자의 70%가량은 노후준비의 `1차방어선'인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전부터 65세 이상 중 재산과 소득이 적은 70%를 대상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월 최고 지급액이 고작 9만4천600원(단독수급자 기준)에 불과해 기본적인 생활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과도한 연금 혜택으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의 사례를 감안하면 정부가 재정을 풀어 공적연금 혜택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또 지난 4월 말 현재 367조원인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3년(2천465조원)까지 늘어났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2~2060년 장기재정전망 및 분석'은 기금고갈 시기를 2053년으로 7년 앞당겨 전망했다. 출산율과 기금 수익률은 더 빨리 떨어지는 탓이다.
이에 따라 베이비붐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령층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공적연금 재정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운용수익률은 2.3%(7조6천억원)였고 올해도 4월까지 수익률이 5.5%에 머물고 있어 기금고갈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처럼 공적연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금저축, 연금보험, 연금펀드 등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같은 사적연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5월 말 현재 52조원으로 5년 전인 2007년 5월 말(1조2천억원)보다 42배로 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연금 준비가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일자리 찾기에 나서고 있고, 이로 인해 노인취업률은 1998년 29.0%에서 2004년 30.8%, 2008년 34.5%에 이어 지난해도 34.0%를 기록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가 나쁘고 저금리 시대가 이어져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고령층은 이제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60세 이상 주식 투자자는 2004년 54만8천명에서 2009년 60만6천명, 2010년 78만3천명에 이어 작년 92만6천명으로 늘었다.
숭실대 이창수 교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준비하되, 저소득층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노후대비 자산을 많이 적립하도록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