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에 대해 "체포동의안은 당연히 통과됐어야 되는 것인데 반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정 의원에 대해서는 "평소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라며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안됐다를 넘어 평소의 신념답게 앞장서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그 분이 평소 강조해온 쇄신정책하고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두언 의원이 직접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그는 `스스로 해결'이 정 의원의 자진 탈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탈당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 평소에 갖고 있는 신념 자체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행동'을 압박했다.
탈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에게는 그에 못지 않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강경 발언이다.
그는 또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많은 국민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민생국가가 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그러나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사퇴를 밝힌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했는데, 저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렵게 열어놓은 국회의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국민께 약속드린 것이 굉장히 많다"며
민생법안 처리를 언급하면서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키는 등 잘 마무리하고 해결하는 것도 또하나의 국민에 대한 큰 약속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함으로써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8월3일까지 이 원내대표가 원내를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박 전 위원장이 이처럼 강도높은 수위의 발언을 내놓은 것은 국민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 벌어진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여론 악화로 대선을 치를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이라는 엄청난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불체포특권' 포기를 최우선적인 쇄신책으로 의결한 바 있지만 소속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집단적으로 부결시킴으로써 기득권 포기는 커녕 제식구 감싸기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박 전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는 일종의 '정치쇼'로 전락한 상황이 됐다.
이대로라면 당의 정권 재창출과 자신의 대권 행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매번 강조해 온 신뢰 정치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너질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강성발언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도 아니고, 당의 대통령 후보도 아닌 그가 당 지도부에 일종의 `지침'을 내렸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대권 행보를 위해 같은 헌법기관인 동료 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결단을 압박한 것은 결국 새누리당이 `박근혜 사당'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