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롯데, 현대,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와 계약 체결 시 판매수수료율이나 대금지급 조건 등 핵심 계약조건을 빈칸으로 남긴 이른바 '백지계약서'(불완전 계약서)로 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브랜드와 해외브랜드에 대해 서로 다른 계약서를 사용해온 사실도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6개 대형유통업체가 힘이 없는 국내 중소납품업체와의 계약 때 핵심내용이 빠진 `백지 계약서'를 사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법 규정 준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백화점 3개사와 대형마트 3개사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이들 업체와 납품업체간 기본거래계약서와 부속합의서 내용의 적법성 여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상품대금 지급조건과 판매수수료율, 판촉사원수, 매장위치와 면적, 계약기간 등 핵심내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공란인 계약서를 사용해 계약한 뒤 대형유통업체 마음대로 공란을 채웠다.
또 전자계약에 바탕을 둔 직매입 계약서의 경우도 핵심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에 판촉비용 분담비율, 반품기준, 반품대상 등 중요한 내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공란으로 남겨놓았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납품업체의 명판과 인감이 찍힌 백지 계약서를 미리 넉넉하게 받아놓은 뒤 수시로 변경되는 계약조건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그때그때 채워넣기도 했고, 아예 계약기간이 끝난 뒤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대형유통업체는 이런 백지 계약서 관행 때문에 납품업체에 과도한 판촉비용을 부담시키거나 지나치게 많은 판촉사원을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편,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브랜드사에 대해서는 백지 계약서를 사용하면서도 해외 유명브랜드와의 계약 때는 핵심적인 계약내용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계약서를 사용하는 이중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들에 대해 백지계약서 사용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도록 했으며, 그동안의 위법행위는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정리해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또 조만간 6개 대형유통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서면계약 준수를 요청하기로 했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납품업체들과 연쇄 간담회를 열고, 핫라인을 운영해 백지계약서 관행을 개선하겠다"면서 "대형유통업체의 관행 중에 추가로 고칠 것이 있는지 계속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