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CD금리 조작 의혹, 대출서류 위조, 학력차별 대출 등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제도 개선안과 서민 전용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수석부행장과 여신 담당 부행장들은 지난달 31일 금감원에서 금융권 여신 현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갖고 대출 차별조항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행장은 "대출심사 때 나이, 성별, 결혼 여부 등을 따지는 관행이 차별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최근 '참금융 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고객에게 부당한 금리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불평등한 금융서비스를 거부하기로 다짐했으며, 관련 담당자들은 지난달 31일 첫 회의를 갖고 세부 실천사항을 논의해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우리은행은 사망자의 카드 채무를 상속받은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더라도 연체이자를 3개월간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대출을 받아 기존 채무를 갚는 대환대출 금리는 연 24%에 달했으나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는 연 13% 이하로 낮췄다.
연 28%에 달하는 카드 연체금리도 고객 신용등급을 따져 연 22∼28%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학력차별 대출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신한은행도 오는 7일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책임경영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서민금융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윤리경영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고객중심 영업체계 태스크포스팀(TFT)'도 신설해 모든 은행 업무를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개선하기로 했으며, 서민에 도움이 될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출서류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국민은행도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에 나섰다.
이달 1일부터 마케팅그룹 고객만족부에 있던 소비자보호실(민원실)을 경영관리그룹 금융소비자보호부로 승격했으며, 부서 인원도 기존 17명에서 3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부는 앞으로 고객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고객 불만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신한카드 등 신용카드사들도 연매출 2억원 미만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1.8%에서 1.5%로 내리기로 했으며, 일부 카드사들은 저신용자를 위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리볼빙 금리 등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80여만명에 달하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카드 수수료율을 올해 연말에 내리기로 했다. 대출금리 인하도 생각하고 있으나 대외여건이 좋지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 등 고령자와 서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보험 상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민우대 자동차 보험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부부합산 연소득이 4천만원 이하로 부양 자녀가 있는 30세 이상 저소득자에게 보험료를 15∼17% 깎아주고 있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는 별도 서류없이 차량 요건만 맞으면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에 가입시켜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소득층 보험가입자를 위해 치료비 신속 지급 시스템도 도입하고, 노약자는 보험 설계사가 직접 방문해 접수하는 `보험금 간편 청구 시스템'도 검토 중이다.
생보사들도 다양한 서민 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삼성생명은 임산부 회원이 출산하면 신생아에게 3년간 일정조건에 해당하는 수술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는 '아기천사보험'을 무료로 가입시켜주고 있으며, 이달부터 지난 10년간 총 22만건의 관련 계약 중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2천여건(120억원 상당)에 대해 등기우편을 보내고 콜센터(☎1577-4118)를 통해 안내하는 `사망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도 벌인다.
아울러 상속인과 연락이 안돼 지급하지 못한 사망보험금 잔여분만도 1천600여건(86억원)에 달해 콜센터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