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충남 서산지역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5시10분께 서산시 수석동의 한 야산에서 이모(23)씨가 아버지의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모 대학 4학년생으로,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은 상태에서 올 초부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에는 "아르바이트하는 피자가게 사장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협박이 무서워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모텔에 가서 관계를 갖게 됐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이씨의 자살과 관련, 유서를 토대로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씨가 지난 8일 피자가게 사장 안모(37)씨로부터 수석동의 한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밝혀내고 안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모텔에 투숙했을 당시 안씨가 A씨의 나체사진을 찍은 사실을 밝혀내고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씨가 안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자 이에 따른 심적 갈등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씨와 안씨의 카카오톡 문자통화 내역 등을 조사한 경찰은 이씨가 안씨에게 보낸 문자에 "이제 그만 만나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등 안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을 확인, 성폭행이 지난 8일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충남지방경찰청에 이씨와 안씨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역의 복원을 요청했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이달 초 이후의 메시지 송수신 내역만 남아 있고 이전 기록은 삭제된 상태다.
서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원하면 최초 성폭행 시기 등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 결국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게 됐다"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사태의 진상과 가해자의 여죄를 밝히고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 "민·관·경 합동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와 관련법 준수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서산시는 청소년 고용 관련 조례를 만들어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서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의 가해자로 구속된 피자가게 사장 안씨는 평소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자주 음담패설을 하는 등 아르바이트생들을 함부로 대해 평이 좋지 않아 안씨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YMCA의 한 관계자는 "안씨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대로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이 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평소에 사장 안씨가 피해자 이씨에게 "너는 얼굴이 예뻐 뽑았다"며 추근대는 모습이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자주 목격됐다고 밝혔다.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피해자 이씨가 안씨로부터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지난 1월 서산에 체인형 피자가게를 열었고, 66㎡ 남짓의 비교적 큰 규모의 이 가게에는 배달원을 포함해 5~6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고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