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지주회사가 설립 취지인 은행, 보험, 카드 등 겸업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여전히 은행업무에만 치중하는 '반쪽자리' 지주회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재벌, CEO, 기업 경영 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를 52개에서 153개로 3배 가까이, 총자산도 1005조원에서 1530조원으로 52.2% 각각 늘렸다.
이 기간 동안 몸집이 가장 커진 지주사는 하나금융으로 계열사 수는 5개에서 37개로 무려 640%, 자산은 119조원에서 291조원으로 144.4%나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계열사는 22개에서 68개로 209.1%, 자산은 236조원에서 363조원으로 53.4% 불려 2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은 계열사 수는 150%(12개→30개), 자산은 47.8%(217조 원→321조 원), KB금융은 계열사수는 38.5%(13개→18개), 자산 8.6%(284조 원→308조 원)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지난 3월 지주회사로 바뀐 농협은 현재 계열사 수가 14개, 자산은 248조 원이다.
하지만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에서 은행 자산비중을 조사한 결과, KB금융이 92.9%로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90.7%), 하나금융(90.0%), 신한금융(83.0%), 농협금융(81.3%) 등이 뒤를 이어 모두 은행 자산비중이 80%를 넘었다. 금융지주회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은행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정부는 2001년 금융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보험, 카드 등 각 부문의 금융을 겸업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 대형화를 유도했지만, 은행을 기반으로 설립된 국내 5대 금융지주사들은 지난 5년 동안 자산과 계열사를 대폭 늘리면서도 은행 의존도를 거의 낮추지 못해 지주사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씨티은행 등 오랜기간 겸업 업무를 해온 외국 유수의 금융지주 회사들은 은행과 비은행의 수익비율을 대략 55대 45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