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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관세 인하 일부 품목 가격 더 올라, 왜?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내린 20개 품목 가운데 6개는 국내 독과점 유통구조로 인해서 국내 판매가격이 오히려 오르거나 꿈쩍도 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9일 과천청사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개최한 물가안정책임관회의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 가운데 관세인하 폭이 큰 20개의 가격동향을 점검한 결과, 전동칫솔은 가격이 오히려 올랐고 호두와 위스키, 유축기, 베이비로션, 애프터셰이브로션 등은 종전과 가격이 같았다며 한·미, 한·EU FTA 관련 가격동향과 추진대책을 논의했다.

한·EU FTA 관련 품목(10개)을 보면, 전동칫솔(브라운 오랄비 트라이엄프)은 관세가 8%에서 0%로 내렸지만 최근가격(7월26일 기준)은 15만9000원으로 기준가격(2011년 7월1일 이전) 14만7000원보다 오히려 1만2000원(8.2%) 올랐다.

관세가 8%포인트 내린 유축기(필립스 수동유축기)와 베이비로션(니베아 선 키즈), 애프터셰이브로션(니베아 포 맨) 등은 최근가격과 기준가격이 똑같았고, 위스키(발렌타인 12년산 700㎖)도 관세가 4.8%포인트 내렸지만 최근가격은 4만200원으로 기준가격과 같았다.

한·미 FTA 관련 품목(10개) 중에서는 호두의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내 독과점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이 내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전동칫솔은 국외 제조사가 국내에 설립한 지사를 통해 자사제품을 독점적으로 수입해 유통하는 구조이며, 위스키는 현지 생산자와 독점계약을 통해 수입돼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축기 가격의 상승은 제조원가 상승 등에 따라 수입가격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호두는 미국 현지 작황이 부진해 수입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FTA로 가격이 내린 품목은 한·EU FTA 품목에서는 다리미(-26.5%), 와인(-23.1%), 유모차(-10.3%), 프라이팬(-6.5%), 승용차(-1.3%, 벤츠 E300) 등 5개였다.

한·미 FTA 품목은 체리(-27.6%), 와인(-11.5%), 오렌지(-8.7%), 오렌지주스(-8.6%), 포도주스(-8.6%), 자몽(-6.9%), 아몬드(-5.7%), 승용차(-2.9%, 도요타 캠리), 레몬(-2.3%) 등 9개로 한·EU FTA 품목보다 더 많았다.

정부는 수입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병행수입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반기 중으로 통관 담보금을 낮추고 통관보류 심사기간도 줄이며, 안전검사를 이미 받은 경우엔 중복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주류수출입 관련 규제도 완화해 수출입면허 자본금 요건을 삭제하고 창고면적 요건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줄 방침이다.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고자 연말까지 소비자연맹 사이버감시단 등과 협력해 전국 6만여개 쇼핑몰의 부당 환불거절행위, 구매안전서비스 가입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자진시정을 유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