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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 남-북-러 가스관 사업 긴밀 협력키로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는 한편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있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이 논의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러시아 대통령으로 복귀한 뒤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한국과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은 남·북·러 가스관 및 철도, 전력 연결 사업과 극동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한·러 간 경제협력 강화에도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자”면서 “가스관, 철도, 송전관 등 남·북·러 3각 협력에 대해 러시아는 적극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블라디보스토크를 ‘에너지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프로젝트는 극동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회담에서는 남·북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비중 있게 논의됐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남북문제 해결이 러시아 극동 개발과 한-러 양국 간 경제 협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해 한러 양국 뿐만 아니라 다자간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 간 인적교류와 양국 진출 기업·파견 근로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양국간 합의된 사증면제협정과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만간 개시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국이 앞으로 경제 분야에서 더 발전할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비자면제협정이 양국 교류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한국은 러시아에 있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제3 교역국”이라며 “두 나라 간 관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또 경제·과학기술 협력,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 등 3각 협력, 우주협력, 극동 시베리아 개발협력 등 양국 간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수산물 가공 시설 투자를 늘려주면 극동, 태평양 지역 쿼터를 늘려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역내 평화와 안정, 실질 협력 증진 등을 위해서도 북핵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이어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적 합의와 의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실질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양국 대통령은 지난해 교역규모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등 실질협력 관계가 내실 있게 발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무역과 투자를 더 확대, 2015년까지 교역액을 3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