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공공기관장 임기 뒤죽박죽…`대선 눈치보기'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국민연금 이사장 임기만료 임박…선임절차 진행 없어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6일 공공기관들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공공기관 CEO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는데도 선임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전광우 이사장은 내달 2일로 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하지만 공단 내부에서는 물론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후임을 물색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인선 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인선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조차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측도 "내부적으로 후임 선임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인선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선 투표일을 불과 10일 남긴 시점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자칫 새 정권 출범 직후 물러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좀처럼 지원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후임자가 올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오는 12월29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의 경우 이미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1년 연임 결정을 통보받았다.

후임 이사장 인사는 차기 정부의 몫인 만큼 단기 연임을 거친 뒤 새 기관장을 뽑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금융 공공기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임원교체 과정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9월1일 비상임이사 2명에 대한 모집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부족해 같은 달 16일부터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상임이사를 외부 공모하면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모집공고를 내야 했다.

앞서 4월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사장 후보자를 찾지 못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공모기한을 연장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 정권 출범 직후 기존의 기관장들을 일괄적으로 사퇴시킨 사레가 있는데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면서 "해당 부처들도 민감한 시기를 넘겨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