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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규모 커졌지만 국제금융기구선 제 목소리 못내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덩치는 날로 커지면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지만 국제금융기구 투표권은 20위권 밖이어서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세계 3대 국제기구의 하나로 평가되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 내 한국의 발언권과 지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기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국제금융기구에서 우리나라의 투표권 비중은 세계 20위 안팎에 불과해 경제규모에 비해 반절의 힘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 등의 국제기구는 1국1표가 원칙이지만 대부분 국제금융기구에서는 회원국이 기구에 낸 분담금에 비례해 회원국의 투표수를 정한다.

이달 6일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투표권 비중은 전체의 1.37%(지분율은 1.41%)로, IMF 188개 회원국 가운데 18위다.

세계은행그룹(WBG)의 국제개발협회(IDA)에서의 투표권은 전체의 0.73%로, 172개 회원국 중 24위다.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공사(IFC)에서는 0.67%의 투표권밖에 없어 184개 회원국 중 28위에 불과하고,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우리나라의 투표권은 전체의 0.59% 밖에 안 된다.

그러나 IMF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15위, 구매력평가(PPP :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GDP는 12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 7위 규모라고 평가했다. 외화보유액은 지난해 말 세계 9위, 인구는 세계 25위다.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중국, 일본과 같거나 오히려 높다.

결국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국제금융기구에서 의사를 표시하는 투표권은 2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어 국제 금융질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우리나라는 제 몫만큼의 입장도 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는 올해 명목 GDP 기준에서 우리나라보다 3계단 밑인 18위, PPP 기준 GDP도 11계단 아래인 23위이고 인구도 세계 63위에 불과하지만 세계은행 IDA의 투표권을 1.91%(12위)나 갖고 있는데다 IMF 투표권도 2.08%(12위)나 보유해 국제기구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2010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세계경제구조에서 아시아의 역할 '보고서에서 이같은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의 IMF·세계은행에서의 투표권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IMF가 같은 해 11월 선진국 보유지분 6%를 한국 등 신흥국에 이전하기로 결의했으나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지분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장로 기재부 국제기구과장은 "현재 IMF 지분율(1.41%)을 1.8%까지 높이기로 IMF가 결의한 상태"라며 "지분율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늘어나기는 어려워 IMF에서 지분율 개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G20 산하 금융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의석수 구조를 조정하자고 6일 제의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FSB에 참가하는 24개국 중 우리나라 등 6개국이 총회 의석수를 두 자리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7개국(G7)과 브릭스(BRICs) 국가는 세 자리를 받았다.

류상민 기재부 협력총괄과장은 "FSB가 회원국을 확대하며 똑같은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이라며 "신흥국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FSB는 분담금 기준으로 의석을 배분한 것도 아니고 의석수에 따른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이 기구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