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같은 날 실시한 주민투표를 통해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정식 편입되기로 했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에 편입하려면 미국 의회의 승인과 미국 대통령의 추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주민투표는 두 개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첫 문항은 국가 지위 변경에 대한 찬반 여부 질문이었고, 두 번째 문항에서는 '지위 변경'을 전제로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 완전한 미국이 되는 것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을 얻어내 '자유연합' 체제로 바꾸는 것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독립국가가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투표 결과, 국가 지위 변경에 대해 푸에르토리코 주민의 54%(반대 46%)가 찬성했고, 3가지 선택 사항 중에서는 미국 주로 편입하자는 의견이 6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유연합'은 33%, '독립국가'는 5%에 그쳤다.
푸에르토리코는 이에 앞서 1967·1993· 1998년 세 차례에 걸쳐 국가 지위 변경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으며, 당시에는 매번 자치령 존속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1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등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연방에 편입해 완전한 미국이 되려면 미국 의회의 승인과 미국 대통령의 추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해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면 미 정부는 이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푸에르토리코의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주의 세력들에 의한 테러 공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고 있으며,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주로 쓰인다는 점이 미국 편입에 걸림돌이라는 견해가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 역시 경제적 부담은 물론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 특히 공화당 입장에서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은 다른 히스패닉 계층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지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는 “푸에르토리코에는 민족주의자, 신급진당, 중도파, 스페인 또는 영국과 유대를 구축한 세력 등 정치세력이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며 “주민투표 승리만으로 합의가 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구 400만명의 푸에르토리코는 스페인 영토였지만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영토가 됐다. 미국이 당시 획득한 영토 중 쿠바와 필리핀이 각각 1902년과 1946년 독립했지만, 미국은 해군의 전략 요충지라는 이유로 푸에르토리코만 독립시키지 않았다.
1917년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았지만 대통령에 대한 투표권이 없고, 연방의회에는 하원의원 1명을 선출해 파견하지만 표결권이 없다.
대신 연방 정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주지사가 독자적으로 통치한다.
다만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은 이곳에서도 미국의 다른 주와 똑같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