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마을
대조된 삶의 두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진 나무토막 예술전
지난 2012년 12월21일부터 오는 1월21일까지 부산 갤러리폼에서는 나인주 작가의 ‘길’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나인주 작가는 작년에 열린 ‘Human Drama’전에서 부산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따스한 인정이 넘치는 산동네 풍경과 그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줘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산동네 풍경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광안리 해변길 등 복잡한 도시 이미지를 함께 대조시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불연속적인 도시’와 ‘산동네 풍경’ 등 대조적인 두 이미지 사이의 간격을 통해 동떨어진 사물들을 서로 이웃하게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것은 우연과 필연이 복합된 서로 다른 나무토막 속 단편들이 모여서 하나로 이어진 세계를 만들며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인주 작가의 작품은 버리거나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토막에 천연페인트로 채색을 해 집이나 상점 등을 표현한 것들이다. 나무 표면을 깨끗하게 사포로 문지른 후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나무껍질이나 나뭇결이 드러난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동네 집들을 전시장 벽면에 모두 붙여서 하나 하나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을 쥐, 토끼, 소 등 12지신 케릭터로 표현해 놓은 점과 그간 나인주 작가가 탐색해왔던 다차원적 시공간의 이미지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다차원적 시공간의 이미지는 관객들이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고 측면을 주시함으로써 존재하는 무언가를 경험하게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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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변 거리 |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각인된 길을 통해 쉽게 소통되지 않을법한 이미지 속에서 뜻밖의 통로를 뚫고 삶의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 _ 갤러리폼 / 에디터 _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전시장 _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1520 롯데갤러리움 E-3F
문의 _ 051.747.5301 www.galleryform.com
버려진 자투리 나무로 만든 오래되고 가난한 마을 이미지는 산전체가 집들로 가득한 부산의 한 마을에서 왔다. 작가는 이 마을 이미지를 벽면에 붙여서 집합적으로 표현한다. 빡빡하게 있는 동네의 집들을 벽면에 다 붙여서 전체가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사람들 사는 모습을 강조한다. 반면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평지에는 자동차들만 지나다닌다. 길 전은 서민 동네인 감천마을과 복잡한 도시를 상징하는 광안리 해변 길을 대조했다. 산동네 풍경은 ‘아트 팩토리 인 다대포’의 입주 작가로 있을 때, 공공미술을 수행했던 부산의 한 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마을을 목재소의 버려진 나무토막들을 다듬고 조립하여 표현하였다. 자투리 나무를 가공하여 목재용 페인트와 아크릴 물감으로 예쁘게 칠해진 마을과 12지신의 캐릭터로 구현된 마을 주민들은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정겨운 모습이다.
- 이선영 미술평론가,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 중에서
버스정류장. 29.4×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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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대화. 30.2×73.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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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에서의 한잔. 30×86.5×5㎝ |
그간에 나인주가 탐색해왔던 다차원적으로 접혀진 시공간의 이미지는 살가운 동네풍경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거기에도 비스듬하게 틈을 주시해야 비로소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으며, 엇겨 봄으로써 공간의 새로운 국면이 발견된다. 튀어나온 마을 풍경은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무엇이 측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인주의 작품은 단순히 동화의 삽화에 머물지 않으며, 시각 예술 고유의 형식적 차원이 야기하는 또 다른 서사가 생성된다. 그림과 조각, 2차원과 3차원간의 관계는 단순한 시각 유희에 머물지 않고, 삶의 이야기를 이루는 여러 국면들과 연관된다.
- 이선영 미술평론가,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 중에서
등굣길. 25.2×62.2×7㎝
누굴 기다리세요. 24.5×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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