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희정 기자] "기름냄새가 난다"며 여성들이 입사를 기피해 남성들이 득세했던 정유업계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SK이노베이션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결과, 최종 합격자 100여명 중 35%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2011년 22%, 지난해 24%와 비교하면 여성의 신장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21세기 문턱인 1999년에야 첫 여성 대졸 입사자가 나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GS칼텍스도 지난 2008년 7%에 불과하던 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작년에는 20%까지 뛰었다.
이처럼 여성 입사자 수가 늘면서 전체 직원 중 여사원 비중(본사 기준)도 지난해 처음으로 20%선을 넘어섰다.
에쓰오일 역시 IMF 구제금융 이후 처음 대졸자 공채를 시행했던 지난 2006년 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27%를 기록한 이래 매년 10~20%의 여성 입사자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에 이처럼 여성들이 모여드는 것에 대해 "90년대만 해도 정유사는 '기름냄새 난다'며 여학생들이 꺼리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인식 자체가 많이 희석됐다"며 "여성들의 사회활동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고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미지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여사원들이 많아지면서 뚜렷한 위계질서 아래 명령과 복종으로 이뤄지던 업무가 소통 중심으로 바뀌고, 회식 문화도 음주 위주에서 영화·연극·스포츠경기 관람 등으로 다양화되는 등 딱딱하고 가부장적이던 사내 분위기도 부드럽게 변하고 있다.
여사원들에 대한 복지도 강화되고 있다.
SK가 2007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개원한 데 이어 GS도 작년 3월 서울 역삼동 본사 건물 인근에 어린이집을 설치, 여사원들의 육아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최대 1년간의 육아휴직은 이미 보편화 돼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아직 여사원 비율이 2~3%대에 머무는 생산공장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여성 진출이 늘어난다면 정유업계에 직원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