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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렌즈공장서 또 가스누출사고… 잇딴 사고에 충북도민 불안 고조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10일 오전 3시 30분께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렌즈 제조업체인 D광학에서 황 성분이 함유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 회사와 인접한 이웃 N사 제2공장 근로자 등 220명이 구토와 두통 증세 등을 보여 청주 시내 병원 3곳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대부분 퇴원했다. 이 중 증세가 심한 4명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신고를 받고 펌프차와 화학차 등 구조차량을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본부는 "여과 장치 수리를 마쳐 오전 6시께부터 D광학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며 "황 성분 함유 가스로 추정되지만 유독 물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스가 누출된 D광학 측은 "전날 수리한 여과 장치가 이날 오전 3시부터 2시간가량 작동을 멈추면서 걸러지지 않은 가스가 누출됐다"고 해명하고, "누출된 가스는 렌즈 제조에 쓰이는 '모노머'라는 물질로, 소량의 황 성분이 함유됐지만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어 충북도에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로는 등록돼 있지 않다.

이 광학회사는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당국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22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수백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은 인접한 회사의 한 직원이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7시 3분께 소방당국에 신고하면서 가스 누출 사고가 알려졌다.

가스 누출 사고 때마다 지적됐던 고질적인 신고 지연이 재연된 것이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이일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브리핑을 통해 "'중합로'라는 장치가 과열되면서 타 평소보다 많은 양의 가스가 배출돼 여과 장치가 이를 모두 정화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배출가스에는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3가지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충북도와 청원군은 사고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 정확한 가스 누출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습 가스 누출 의혹도 받고 있다.

N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가스가 누출된 업체에서 서너 차례 심한 가스 냄새가 나 민원을 제기했다"며 "지난해는 2500만원의 손해배상금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키로 했다. 충북도는 경찰 수사 결과 사고 업체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충북도당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충북도는 유해가스 관리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안전관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충북 도내 산업체에서 유해물질 폭발이나 가스 누출 등 유해·위험 물질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면서 도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LG화학 청주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난 이후 이번까지 8개월간 도내에서 신고된 폭발·가스누출 사고만 6번째다.

가스누출 사고의 경우, 지난 1월 15일 청주산업단지 내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에서 불산이 누출됐고 지난달 5일 청주의 한 호텔에서는 수영장을 청소하던 직원 2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지난달 22일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불과 엿새만인 28일에는 이 공장에서 위험물질인 감광액(PR)이 누출되는 사고가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