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북한은 16일 미국이 한반도에서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실시한 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는 현시점에서는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으며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일본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용의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달말 한미 '독수리' 연습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현재의 긴장국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오직 우리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핵억제력을 충분히 갖춘 단계에 가서야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며 "대화는 자주권 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동등한 입장에서의 대화를 강조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가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 당의 노선과 공화국의 법을 감히 무시하려 드는 오만무례하기 그지없는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최근 한반도의 위기 고조와 관련해 "세계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핵몽둥이를 쳐들고 위협 공갈하는 이상 우리가 핵무력 강화로 자위적 대응을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며 "미국이 우리를 겨냥해 가상목표를 정하고 핵타격 훈련을 한 것만큼 우리도 그에 대응한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러한 맞대응 과정에 훈련이 실전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고 모든 후과(결과)는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고 침략적인 무장 장비들을 다 걷어가지 않는 한 우리는 자위적인 군사적 대응 도수(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앞서 지난 14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거부한 바 있다.
한편,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은 케리 장관의 얘기를 유의는 하되 현시점에서는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독수리 훈련이 끝나 미국의 핵전력이 철수하면 정세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