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배상면주가, '밀어내기' 압박인한 점주 자살 이어 썩은 술 강매 의혹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썩어 판매할 수 없는 술을 대리점주에게 떠넘겼다는 증언까지 나오며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 부평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모 씨는 지난 14일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 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는 못 견디겠다"라는 고통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는 배상면주가가 생막걸리를 출시한 지난 2010년 유통을 위한 냉동탑차 3대를 60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본사는 판매가 부진하다며 출시 8개월 만에 해당 막걸리 생산을 중단했다. 판매용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다른 술과 달리 채 열흘밖에 되지 않는다.

숨진 이 씨는 그동안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1억2000만 원이 넘는 채무 압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본사가 썩은 술을 강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대리점을 인수한 지난 2010년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난 상한 술 2000병을 300여만 원에 떠안았다. 술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 구형으로, 안에는 부유물이 가득 찬 썩은 술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배상면주가의 다른 대리점주들도 밀어내기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식 관행은 이미 5년 전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부터 돈이 입금되는 만큼만 대리점에 출고하는 '선입금 후출고' 시스템을 취하고 있어 밀어내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이 씨의 자살과 관련해선 "매출 하락에 따른 한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배산면주가의 밀어내기 영업행태에 대한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숨진 이 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소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배상면주가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삼산경찰서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본사 운영 시스템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가 불공정행위에 해당되는 만큼 위법한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는대로 책임자를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전국대리점협의회 연합회 준비모임 등은 이 씨의 유족과 함께 16일 배상면주가 진상규명대책모임을 구성했다.

이밖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배상면주가의 위법 행위를 따져 고소·고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