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먼저 저 불법천지의 노동현장과 비인간성에 발끈해 주시라"
18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가 오는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향할 예정인 '현대차 희망버스'를 응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 단체는 "박근혜 정권은 노동현장의 불법과 폭력을 추방하고 산재 대책을 명확히 강화하라"며 "(대)기업들은 탈법적인 파견노동, 사내하청 노동을 철폐하고 정규직화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먹고 살 수 있게 현실화 하라"며 "노동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복지선진국형 고용 창출을 위한 논의기구를 마련하고, 노조 파괴와 인권유린 일삼는 기업주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아빠♥ 서울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 7명의 수몰 사고가 발생한 서울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 실종된 김철득씨(52)의 딸 김모씨(23)가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15일 오후 7시39분. 이때는 아버지 김씨가 좁은 터널 안에서 수마에 휩싸인 지 2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경향신문 기사 중) 사고 전날, 폭염에 일하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딸에게 "우리 딸이 에어컨"이라는 문자 한 줄을 유언으로 남기고 그들은 주검으로 떠올랐다. 이렇듯 우리의 가난한 노동형제들은 날마다 평균 일곱 명씩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다. 가장 빨리, 가장 싼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성과 이윤을 높이려는 자본의 욕망과 맞닿아 이 체제에 번제물로서 가치 없이 헌정된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일조한 어느 누구도 심각한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은 다시 고요해진다. 이처럼 기업(형)살인에 관대한 나라! 가장 싸게 장시간 부려먹는 노동력 착취에 혈안이 된 사회는 이미 그 체제의 품격이 싸구려이자 아수라의 얼굴을 가졌음을 죄의식 없이 공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력과 제도 속에서 이러한 후진국형 인재를 극복할 의지를 찾기란 모래사장의 바늘 찾기다. 자신들의 명예훼손에 관한 것엔 발끈하면서 무려 일곱 명의 자국민이 한날 한 시에 죽었지만 통치책임자로서 '법적 요건을 강화하라'는 의례적인 말조차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공약사항이던 최저임금 현실화는 거의 허언이 되고 말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의 10% 수준의 인상률, 이명박 정권의 5%대 인상율에서 고작 7.2%의 인상율로 최저임금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이 다르다는 것은 딱 2% 차이라고 증명하듯이 말이다. 65세 모든 노인들에게 무조건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준다는 공약사항은 누더기 연금으로 변질되고 있다. 저소득 저학력 고연령 층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었지만 결론적으로 표를 위해 마구 던진 공수표였음을 증명한 셈이다. 지역 개발 관련 공약도 열 중의 아홉은 경제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권이 주창하는 원칙과 약속 이행, 법치 수호는 타자에게만 엄격하고 자신들에겐 한 없이 관대한 견강부회의 문법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노동현장은 더 없는 무법천지다. 많지도 않은 정규직노동자들은 민주노조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열거 할 수 없는 폭력과 박해에 시달린다. 외부의 노조파괴전문가들을 많은 돈을 들여 고용해서는 자주적인 노조를 단계적으로 파괴한다. 친사적인 복수노조를 세운 다음,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겐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행사를 일삼고 부당해고 하는 수순으로 노동현장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노동부의 이행명령과 법원의 판결도 악질기업주들에겐 유약한 훈수일 뿐이다. 그곳은 87년 이전이고 그들은 공장 안에서 깡패 두목이자 교도소장으로서 오늘도 초법적으로 노동과 인권을 지배하고 있는데, 어디에 법치가 있단 말인가?
비정규직들은 파견노동과 사내하청이라는 불법적 고용형태로 이중 삼중의 노동착취 대상이다. 가장 많은 이윤을 내는 대기업일수록 탈법도 대규모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의 모범을 아이러니하게도 비인간적인 고용 형태로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고용된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최병승 천의봉 두 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28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대법원의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도 수 년 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을 향한 목숨을 건 항거다. 두 사람은 정규직이 될 길이 있었지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살기 위해 고공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이타성이 빈곤하고 속물성이 넘치는 이 시대에 그들의 저항은 격려되어야 하고 그 짐은 나눠져야 마땅하다. 7월 20일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한 '희망버스'가 울산으로 출발한다. 그 곳에 몸을 싣지 못하는 마음들도 그들의 염원에 등승해 함께 연대할 것으로 믿는다.
갑과 을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서 분출되고 있지만 노동현장의 차별 구조는 보다 집단적이며 대량적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선진 복지국가의 길은 요원하다. 애초에 우려하던 대로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은 이명박 정권의 그것과 차별성이 감지되지 않는다. 여론화되지 않는 일들은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선도적으로 변화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진정성과 전문성 없이 시늉만 하는 통치를 일삼지 말길 바랄뿐이다. 부디 각지의 외로운 사람들이 고공농성이란 시대의 살풍경에서 내려와 안온한 둥지로 귀환하길 바란다. 우리는 짧은 순간이나마 故 김철득님 따님의 심정이 되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건설,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께 엎드려 명복을 빈다. 그곳은 정말 괜찮은 세상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