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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반도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전날, 러시아군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30분경 우크라이나의 크림 접경 지역을 침략하였다. 우크라이나의 우나인 통신은 해당 시각에 러시아가 헬기 4대와 장갑차 3대 등을 동원해, 크림과 접한 우크라이나 마을인 스트렐코보예 마을로 진격했다고 보도하였다. 러시아는 크림이 보유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스 공급기지의 안전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육/공군을 동원하여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또한, 친러시아계가 상대적으로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반러 시위대가 충돌해 총격전까지 벌어졌고, 현재까지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16일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유럽 안보 기구(OSCE) 대표단의 우크라이나 파견 및 감시도 가능하겠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등지로의 추가 개입도 가능하다는 암시를 남겼다.
이처럼 러시아는 현재 크림 사태를 이용하여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달의 소치 동계 올림픽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푸틴은 국내 지지율을 70% 가까이로 끌어올린 상태다. 흑해에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해두는 것은 덤이다.
반대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책을 준비 및 실행하는 중이다.
미국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주민 투표가 무효라는 안을 올리고, 주민 투표 결과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러시아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AFP 통신은 15개국이 참석한 UN 안보리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미국과 한국 등 13개 국가가 안건에 찬성하고 중국은 기권했으나,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하여 처리가 무산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크림 주민 투표를 인정할 수 없으며,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연합(EU)은 17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외무장관 회의를 소집한다. 여기서는 EU 내 러시아 자산의 동결과, 몇몇 러시아 중요 인사들의 EU 여행을 금지하는 등 전부터 논의되어온 추가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연합도 크림의 주민투표 결과를 부인한다"면서 "나아가 러시아와의 군사적인 협력을 하지 않는 방안도 저울질한다"라고 압박했다. 또한 앞서 16일의 러시아-독일 정상의 통화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크림 접경지대 침략을 비난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였다.
이처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대결이 심해지면서, 비록 크림 반도의 주민투표는 끝났지만 지역이 갈 길은 험난하다. 다만 러시아의 자원과 서방의 경제 제재가 맞물리면 서로가 손해를 보는 만큼, 러시아가 크림 편입은 않되 사실상 독립된 지역으로 두는 등의 타협책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