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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자치공화국이 실시한 ‘러시아로의 귀속’을 묻는 주민 투표에서, 대다수의 주민들은 크림이 러시아에 귀속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크림 반도가 본래 러시아 영토로, 러시아 주민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전부터 예고된 결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크림 반도가 러시아로 ‘실제’ 편입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지난 16일, 크림 반도에서는 주민들이 살아갈 국가(國家)의 선택을 두고 투표가 시행되었다. 크림 정치사회연구소는 이날 투표 종료 뒤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크림이 러시아 귀속하는 안에는 93%가 찬성했고, 나머지는 1992년의 크림 공화국 헌법 복원 및 우크라이나 잔류 쪽을 택했다"는 결과를 내보냈다. 1992년도의 크림 공화국 헌법은 크림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되, 포괄적인 자치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아예 확실하게’ 러시아 국민이 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크림의 주민 중 약 80%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특히 세바스토폴 특별시의 경우에는 85%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크림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본래 세바스토폴 시는 크림 반도 남부의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크림 자치 공화국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주민투표가 같이 실시된 것이다. CNN의 실시간 보도에 따르면, 개표가 약 75% 진행된 가운데 약 96%의 투표자가 러시아 귀속 의사를 밝힌 상태로, 출구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
이번에 크림 주민들이 이러한 결과를 택한 것은, 주민의 60% 이상이 러시아계인 영향이 크다고 분석된다. 소련 붕괴 이후 크림의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는 인식이 있었다. 거기에 올해 초 시민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친러 정권이 물러나자, 많은 주민들은 친서방 정책과 러시아계의 처지를 우려해 더욱 러시아를 지지하게 되었다. 나아가 러시아 군대가 지역 안정을 명분으로 크림 반도에 진주(進駐)한 것은 그러한 분위기를 가중하였다.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이후, 남은 것은 크림이 러시아로 실제로 합병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일단 크림 자치 공화국 정부는 3월 안에 귀속 절차가 완료되기를 바란다. 또한 1차 결정권을 가진 러시아의 상/하원 의회는 이를 승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암암리에 내보이고 있다. 최종 결정권자인 푸틴 대통령은 투표날인 16일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크림의 투표는 합법적이고 러시아는 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일단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연합이나 미국은 이를 ‘부당한 투표’로 규정하면서 독립 시도나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을 적극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러시아도 크림 반도를 위해 서방과 대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크림의 장래를 두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