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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러시아는 연해주를 획득한 뒤, 지역 개척을 위해 이민을 장려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농사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러시아로 귀화하도록 적극 추진한다. (이는 2011년에 빙상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 - 빅토르 안이 러시아로 귀화한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하여 1869년에는 연해주 전체에서 한국인의 비율은 20%에 달했으며, 일제에 의해 조선이 망하면서 경제적 동기는 물론 독립 운동을 위해 건너오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러시아의 한인들은 ‘고려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1920년대 소비에트 연방이 만들어지고 레닌에 이어 스탈린이 집권한 뒤, 소련은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같은 동양인으로’ 일본과 내통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리하여 1937년 약 20만 명의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 아시아의 각지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변변한 보상은 없었고, 사람들이 다시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에는 중앙 아시아에 정착한 사람도 있고, 소련 내의 다른 여러 곳으로 떠난 사람도 있었다.
특히 크림 반도는 1950년대 소련 정부가 농사 기술이 뛰어난 일련의 고려인들로 하여금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오도록 유도한 곳이다. 이후 크림은 우크라이나 중에서도 벼농사가 가장 발달한 지역이 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고려인은 약 3만 명 정도인데, 그 중 10%인 3천~4천 명 가량이 크림 반도에 살고 있다. 크림의 고려인 80%가량은 영세 농업에 종사하며, 나머지는 사업을 운영하거나, 정/관계로 진출하여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한 사례의 일부로, 크림 지역의 고려인 협회장인 블라디미르 김은 주민투표 전날인 15일 “(자신을 포함해) 지역 대다수 고려인들은 크림의 러시아 편입을 지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크림 자치 공화국 정부에서 일하는 그는,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는 그동안 크림에서 우크라이나 어 사용을 강제하는 등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의사를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고려인들은 여전히 러시아를 조국으로 생각하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쉽게 상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크림 반도의 다수 고려인들은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러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날 때도 러시아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림 반도의 전체 인구는 약 240만 명인데(2007년 추산), 고려인의 비중은 약 0.1~0.2% 정도가 된다. 크림이 러시아에 귀속되면 그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