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의 ‘러시아 귀속’ 상황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가 대결하는 양상이 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본래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해결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러시아와 유럽/미국 등 강대국이 개입하면서 우려가 더 커진 것이다. 또한 주민투표가 끝난 뒤에도 당분간 혼란이 있으리라는 예상과 함께,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실행이나 러시아가 이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실제로 크림반도에서 주민투표가 시행된 16일, 러시아의 주요 은행과 기업들은 서방 금융권에 투자하거나 맡겨둔 자금 수십 억 달러를 인출하였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 제재를 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정부의 호언과 달리, 민간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예민하게 본다고 추론할 수 있다.
CNN 등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에 들어가면 러시아 경제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는 유럽 연합으로의 수출 규모가 GDP의 15%에 이르며, 반대로 유럽 연합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연합 총생산(GDP)의 1% 정도이기 때문이다. 현대판 ‘대륙 봉쇄령’인 경제 재재가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 주가지수는 현재 올해 초에 비해 20% 정도 떨어졌다. 루블 화폐나 국채의 가치도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모스크바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90% 이상이 서방의 제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크림 반도가 러시아에 주는 실익은 별로 없고, 오히려 러시아가 크림에 투자하게 될 경제적인 부담은 5년 동안 매년 100억여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견된다.
반대로,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천연가스와 원유, 식자재 등 원자재 시장은 불안해질 전망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우려된, 러시아로부터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보복 수단으로서 줄어들거나 끊길 수 있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가 러시아로부터 오므로, 실제로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유럽은 지난 2006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가스 가격 조정에 실패했을 때,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흑토 지역은 세계적인 곡창 지대로, 만약 크림 반도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가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그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악화될 경우, 러시아는 물론 서방 국가들, 더해 세계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소요 석유의 3분의 1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등 원자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밖에 갈등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부채 타개를 위해 구제금융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나, 경제적인 신흥국들이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나 중국의 경기 위축 등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았다는 점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무난하다는 한국 역시 수출입이나 증권 시장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므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될 여지가 커졌지만, 세계 각국과 공조 체계가 내놓은 뚜렷한 대책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는 주민 투표 이후에 각국이 핵심적인 이해 관계를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