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체제가 도입된 이래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은 임원 인사, 자금 출연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표출됐다.
국내 금융지주제는 은행이 금융지주 자산의 90%가량을 독식하는 상황이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자회사에 관한 권한은 '제왕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 금융제도 자체의 결함에 기인한다. 두 번째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으로 낙하산이 내려오는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특례 조항으로 완전 자회사와 완전손자회사에는 별도 사외이사나 감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이 현실에 적용된 적은 없다.
국내 금융지주사 자산의 80% 이상이 은행인데 이런 은행의 중요성을 고려해 중복 통제 장치를 둬 금융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게 당국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완전 자회사에 이중 통제장치를 둬 당국이 책임과 비난을 회피하겠다는 속내가 있다. 최근 정보유출 같은 사고가 은행에서 터지면 그 비난은 감독기구로 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같은 조직에 두 개의 별도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하면서 갈등 발생의 소지를 만들어둔 것이 KB금융[105560]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여태껏 법으로만 이 특례 조항을 인정하면서 현실에서는 이를 도입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없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언제나 갈등을 빚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제도적 결함에 회장과 행장이 출신이 다른 낙하산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임영록 회장은 '관피아'(관료+모피아) 출신이고, 이건호 행장은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이다.
하나의 조직에 2개의 별도 의사결정 기구가 있고, 여기에 출신이 다른 낙하산이 앉아 있다면 이건 제도적 결함에 의한 갈등 소지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당국은 특례 조항을 현실에 적용하고 나중에 금융사에 문제가 생기면 제재를 하면 된다. 또 이사회 주도 하에 내·외부적으로 정당성 갖춘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지주사는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현실에서는 겸업주의를 은밀하게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주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일 뿐 겸업주의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주사는 각 계열사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관리 업무'라는 이름으로 좋은 의미로 지도, 나쁜 의미로 간섭하고 개입한다.
의사결정은 지주사에서 하면서 액션은 밑에 있는 자회사가 한다. 해당 금융 자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정작 의사결정을 내린 금융지주사와 그 임직원은 면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법적 실체가 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조직과 사실상 유사한 형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지주사의 경영관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잘못되면 책임을 묻고 대주주 적격성을 박탈하는 방식이 하나다.
또 지주사 조직을 해체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지주사는 일부 예외가 있으나 대부분 은행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의존이 굉장히 심하다.
특히, 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금융지주사가 아닌 독립된 은행이었고 지주 체제로의 전환과정도 권력 투쟁 등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국내 금융지주 시스템은 실패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지주 체제를 일률적으로 해체할 필요는 없으나 이번 사태처럼 말썽이 나면 적어도 그때그때 해체해야 한다.
지주사의 권한과 자회사의 권한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인데 금융지주 체제 안에서는 은행의 경영관리 업무를 지주사가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은행 관리책임자는 권한이 은행 이사회에 있는지, 지주사에 있는지 애매한 개념적인 문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책임 문제가 파생된다.
직원들은 업무조율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윗선을 바라보고 어떤 끈이 더 센지 힘겨루기와 투서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