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요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돈봉투를 주고받으면서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안태근 검찰국장이 중심이 된 회식자리다. 문대통령은 이를 두고 감찰지시를 하였고 이 두 사람은 어제 사의를 표명하였다.
대통령이 감찰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을 신문보도를 보고 접한 국민들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이 1인당 6만원 짜리의 식사를 한 경비나 1인당 100만원에서 70만원씩 주고받은 돈은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김영란법에 의하면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공직자나 국민들은 대개 이를 준수하려고 애써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실정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비싼 요리를 즐기고 무슨 근거로 특수활동비를 서로 주고받고 한 것일까?
여기에는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잘못된 특권의식과 권력의 오만이 내재되어 있다. 검찰권력은 지금 거의 견제장치가 없는 권력기관이다. 한 때는 국정원으로부터 간접적 견제를 받았지만 국정원이 무력화되면서 사실상 눈치 볼 데 가 없는 권력기관이 되었다. 요즈음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검사들의 향응은 오랫동안 관행으로 치부되어 왔고 인간관계에서 가장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로 인식되어 왔다.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면서 민주주의에 적합한 공직자의 자세를 보이는 검사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끼리끼리 공존하는 조직문화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지금 수사대상이 되어 있지만 정윤회 사건 및 최순실사건과의 연관성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개 행정관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시치미떼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하여 행정시스템을 아는 전문가는 물론 평범한 국민들조차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기에는 잘못된 인사관행과 왜곡된 근무태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추측이다. 몇 년 전 발생한 정윤회사건이 민정수석실과 검찰에 의하여 제대로 수사되고 처리되었다면 오늘의 최순실사건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국민정수석의 지적에 대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문정부의 정책방향은 개혁이고 접근방법은 통합이다. 개혁의 대상에서 검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구태의연한 자세를 벗어나지 못한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도록 하기 우하여서는 정권초기에 제도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4월 우병우 불구속처리에 맞추어 벌어진 고위 건찰간부들의 돈봉투 회식사건은 검찰개혁의 좋은 단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