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임후를 고려하여 산속에 지어놓은 산막으로 들어왔다. 허리가 부실하여 내가 재직하였던 대학병원에서 점검을 한 후 어제 저녁부터 산막에 머무르게 되었다. 사방을 보아도 나무요 초록이다. 사람들은 좀처럼 흔적을 보기 어렵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 초록색 나뭇잎들은 약간씩 몸을 흔들고 숲속으로 스며든 햇살이 나무들의 숨소리를 더욱 생기 나도록 한다.
자연 속에 묻혀 있으니 걱정도 욕심도 없다. 자질구레한 일들에 부대끼며 살던 서울에서 잔병이 달라 들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무상함을 절감하던 나로서는 이번 입산이 일종의 현실도피와도 같다. 현실도피라도 좋다. 그저 마음이 편하고 몸이 좋아진다면 어떤 명목이든 산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좋은 것이다.
산속에 있는 산막에도 텔레비전은 설치되어 있고, 세상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오늘 아침 문득 텔레비전을 켜니 뉴스가 나온다. 예정된 것이긴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을 받는 모습이 생경스럽다. 박 전대통령은 불과 몇 달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청와대에서 온갖 특권을 향유하던 사람이다. 그리고 최순실씨는 대통령의 그늘에서 호가호위하면서 권력을 누리든 사람이다.
불과 몇 달만에 쌍전벽해가 되어버린 이들의 처지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온갖 특혜와 호사를 누리던 사람이 비좁고 차가운 구치소에서 한 끼 1,400원짜리 식사를 하여야 하는 처지에서 형법상의 단죄를 받아야 하는 처지로 바뀐 것은 그야말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바뀐 것과 같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