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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둑과 정치의 공통점

바둑고수는 9단이다. 이를 빗대어 정치를 잘하는 사람을 정치 9단으로 부른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둑을 두는 것과 정치를 하는 것에 공통점이 적지 않다. 몇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바둑이나 정치는 실리를 항상 생각하지만 세력도 중요시 한다. 바둑이나 정치에 있어서 실리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반적 세력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실리에 치우치면 세력을 잃게 되고 세력에 비중을 두다보면 실리가 부족하여 패배를 하기도 한다. 초반전에 실리를 챙기는데 몰두 하다 후반전에 세력을 잃어 바둑을 지는 경우가 있고, 정치도 초기에 자신의 실리를 채기다 지지자와 동지를 잃게 되어 정치생명을 끊기고 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바둑을 둘 때나 정치를 함에 있어서는 항상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춰 한 수 한 수를 두고 정치적 행동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바둑을 두거나 정치를 할 때는 전반적 시각과 폭넓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바둑은 한 수를 두더라도 전체를 생각한다. 한 수가 바둑 전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장관 1사람 임명하든지 법률 제.개정이나 예산편성 및 심의활동 하나 하나는 모두 다른 정책활동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바둑의 고수나 정치고수는 한수의 바둑을 두거나 하나의 정채행위를 할 때 전체속의 하나를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셋째, 바둑의 고수나 정치의 고수는 우선순위를 중시한다. 바둑은 가장 급한 곳이 어딘지 항상 생각해야 하며 두로 미루어도 괜찮은 곳은 어딘지를 항상 생각하면서 한 수 한수를 놓는 게임이다. 말하자면 타이밍의 기술이요 예술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국정과제 중에서 먼저 처리하고 시간과 예산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뒤로 미룰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인가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과 뒤에 만나도 될 사람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바둑이나 정치는 잘 나갈 때 주의해야 하며 불리하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바둑을 두다 보면 초반전에 대마를 작고 방심하다가 뒷 판에 소홀히 착점을 하여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불리한 속에서도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하여 끝내기까지 마침으로써 승리를 맛보는 수도 있다. 정치도 당선초기에 높은 국민의 지지 속에 잘 꾸려 나가다 정권말기에 사람을 잘 못 활용하거나 정책활동에 실수를 범하여 나라를 어렵게 만들고 자신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다.

바둑과 정치가 이렇게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두 가지 모두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며, 바둑한판을 두고 인생을 한 번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바둑의 고수나 정치 고수는 깊은 통찰력과 인내력, 그리고 순간적 판단과 우선순위의 분별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