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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희망퇴직 밀어붙인 티브로드, 직원 고통은 결국 고객에게로 간다

지난 5일 취재 장소로의 이동을 위해 서울 명동역 근방을 걷고 있었다. 8번 출구를 지나 충무로역 방향으로 걸었고 그러다 도로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위에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도 한편에 너저분하게 걸려있는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라는 내용이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외침들이 글로 표현돼 있었다. 무슨 일일까.

태광그룹의 케이블방송사(MSO) 티브로드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신일빌딩 앞에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눈 조차 제대로 뜰 수가 없는 무더운 오후에 이들은 소규모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계속해 들어왔다.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티브로드의 문제에 대해 지적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티브로드지부·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한국케이블텔레콤지부)은 지난 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로드와 알뜰폰사업자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에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티브로드와 한국케이블텔레콤이 절망퇴직, 학대해고, 성과퇴출제를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티브로드는 방송통신 시장의 포화와 미래 경영상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지난 해 연말부터 희망퇴직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티브로드와 한국케이블텔레콤이 성과연봉제, 희망퇴직, 구조조정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이익을 위해 방송사업의 가장 큰 토대인 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며 "태광의 퇴행적 경영의 결과를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티브로드는 지난 해 연말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지난 달까지 세 차례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부하는 이들은 원거리 사업장과 타 사업부에 전보 조치했다. 한국케이블텔레콤은 강제로 성과연봉제를 시행, 최하위 등급의 임금을 40% 삭감했고 권고사직을 유도했다고 한다. 한국케이블텔레콤은 티브로드가 지분 91.6%를 갖고 있다. 티브로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2년마다 반복되는 업체교체와 낮은 임금으로 고용과 생활의 불안정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초 하청업체 재계약을 앞두고 온갖 지표와 영업압박이 횡행하고 있다고 추 의원은 말한다.

이는 노사 상생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노조는 티브로드가 수년간 흑자를 달성했고, 또 배당과 관련해 2013년부터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등 오너일가에게 배당을 했는데 배당 성향이 4년만에 19.78%(2013년)에서 35.72%(2016년)로 높아진 것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임에도 경영악화를 말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런 환경에서는 가입자에게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터 상황이 이러한데, 고용이 불안한 상태인데 내부로 부터의 어려움과 고통이 고객에게 까지 이어질 수 밖에는 없다는 우려인 것이다.

티브로드의 슬로건은 '세상을 여는 창'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창의 뒷편은 노동 지옥"이라고 추 의원은 말한다. 이 전 회장은 기업인의 책임과 윤리를 저버린 채 탈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업을 경영했다. 이에 지난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벌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태광그룹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고 있다.

추 의원의 말과 같이 태광그룹의 퇴행적 경영이 티브로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일까. 인력은 방송사업의 가장 큰 토대라는 말은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위기는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경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하며 정부의 의지를 넘어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티브로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티브로드가 상시적 구조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