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을 다녀온 문대통령의 가슴은 답답할 것이다. 외국을 나가면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실감할 수 있고,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사실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문대통령도 두 차례의 외국방문과 정상외교를 통하여 이런 체험을 분명하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돌아와서 보니 정국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인사문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우방이라 생각하는 국민의 당마저 토라져 내각구성과 정책결정이 순조롭지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이 생각해보면 그 기본적 원인은 야당에서 찾기보다는 문대통령과 여당에서 찾는 것이 쉬울 것 같다. 장관임명문제가 꼬인 것은 5대비리에 얽힌 인사는 등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자신의 선거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며 일자리추경예산과 정부조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스톱되고 있는 것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막말로 국민의 당 간부들 속을 긁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국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하기 전에 내탓으로 돌리는 것이 정직한 자세일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마감일이 지나 이제 문대통령은 임명강행과 후보철회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야당에서는 두 사람의 후보는 장관으로서 적합지 않은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문대통령이 전형적 적폐에 물들고 특권을 향유한 이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송영무후보자는 방위산업체에서 30개월간 일하면서 2억4,000만원을 받았고, 로펌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33개월간 무려 9억 9,000만원을 받았다. 이런 사람이 방산비리라는 적폐를 걷어낼 수 있겠는가. 조대엽후보자는 만취한 상태에서 음주 운전한 사실 이외에 상습적으로 임금체불한 회사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보수를 받았다. 이런 사람이 노동법위반을 단속하는 장관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런 사람을 그대로 장관에 임용한다면 야당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로부터 새내각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옛말을 빌릴 것도 없이 오기인사, 불통인사는 언젠가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른다는 사실을 문대통령과 여당은 멀지 않은 한국정치사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당에서는 두 사람 중 한명을 용퇴시켜 꼬인 정국을 풀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최종결정은 결국 문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높은 지지율은 그로 하여금 2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허용할 것이다. 때로는 유연함이 강직함을 이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