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증시 투자 대기자금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주춤하는 이때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시부진에도 대기자금 52조6천393억원 ‘사상 최대’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0일 현재 52조6천39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 계좌에 입금된 대기자금으로 이 금액이 지난 18일부터 사흘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기간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코스피가 약세로 돌아선 시기다.

앞서 2,430대까지 갔던 코스피도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에 한때 2,270대로 주저앉는 등 14일부터 21일 현재까지 5.45%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개인은 코스피에서 총 1조4천6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가 3.66% 급락한 지난 20일에는 1조739억원어치를 쓸어 담는 등 증시가 부진할 때 저가 매수를 노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 3월께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당시 폭락한 주식을 대거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회복으로 큰 수익을 냈던 경험으로 인한 학습 효과가 작용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게다가 개인은 코스피가 이미 2,200대까지 상승한 하반기에도 비교적 양호한 투자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초부터 21일 현재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7개의 주가가 이 기간 올랐다.
개인 순매수 1위인 SK하이닉스는 주가가 12.46% 하락했지만, 2~4위인 카카오(38.32%), SK바이오팜(65.82%), LG화학(42.51%)은 모두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거 개인 순매수 상위권 종목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 저가매수 노리는 ‘스마트개미’…저금리 시대에 주식 투자 ‘인기’
개인 투자자의 행동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가장 큰 원인은 기존 개인 투자자보다 젊고 정보가 많은 '동학 개미'가 올해 증시에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증시 급락 이후 유입된 개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유튜브나 투자 앱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비트코인 광풍'을 겪어 투자에 대한 부담감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귀동냥으로 코스닥·바이오 등 위주의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단타성 거래를 주로 했던 예전 개인과 현재의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는 차이가 있다"며 "이제는 실적 전망 등 기초여건(펀더멘털) 중심으로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주체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당분간 주가가 부진해도 개인 자금이 투매 등으로 증시를 이탈하기보다는 증시 주변에서 기회를 엿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 대기자금이 많아 개인 수급이 저가 매수를 위해 증시에 추가 유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제 정기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져 개인 입장에서 주식 투자의 매력이 커진 점,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아직 작은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개인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