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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보다 높은 코스피 상승률, 주목받는 동학개미의 힘

코스피 지수의 주가 상승률이 주요 20개국(G20)의 대표지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증 속에서 세계 주요 지수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같은 상승률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코스피 상승률 64%, 아르헨티나(107.54%)에 이어 두 번째 높아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연중 저점과 비교했을 때 G20 국가의 대표 증시 지수 상승률이 아르헨티나(107.54%)에 이은 64%를 기록했다.

G20의 대표 지수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3월 중순 일제히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률은 독일(56.40%)·일본(41.40%)·프랑스(34.07%)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54.73%)·인도(49.55%)·러시아(46.96%) 등 신흥국보다도 높다는게 한국거래소의 설명이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49.32%),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48.80%), 나스닥 지수(58.20%)도 코스피의 상승률에는 못 미쳤다.

주식

◆ 코스피, 동학개미 운동으로 인한 유동성 공급 힘받았다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에 힘입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는 연중 저점인 지난 3월 19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25조7천591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조9천247억원, 기관은 11조9천15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들어 주가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여가 큰 요인은 개인의 직접 투자"라며 "제로 금리 환경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자연스레 주식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이 하락으로 마감한 날에 27조4천858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하단을 뒷받침했다. 연중 저점 이후 코스피가 하락한 날은 총 42일인데 이중 개인이 순매도한 날은 이틀에 지나지 않는다.

이달 들어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국내 증시가 선전하는 배경에도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 공급이 꼽히고 있다.

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등은 지난 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각각 6.70%, 9.98% 하락했다.

반면 지난 3일 이후 코스피는 0.03% 상승했다. 이 기간 개인은 2조9천20억원을 순매수했다.

◆ 차익실현 하는 외국인들

외국인은 지난 1월 코스피 시장에서 3천억원어치 주식을 매집한 이후에는 5개월 동안 주식을 팔아치웠다. 5개월간 내다 판 주식은 25조원에 달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우리나라 주식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따른 위험 관리가 외국인 매도세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코로나19로 새로운 성장주들 상승세 돋보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종목이 국내 증시에 존재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자생적인 플랫폼 기업과 2차전지, 바이오 기업들이 장기간 투자에 힘입어 성장해왔다"며 "이러한 부분이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과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3월 19일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권에는 네이버·카카오, LG화학·삼성SDI, 전기차로 기대감을 받는 현대차 등이 올라 있다. 같은 기간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94∼169%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보다 높다.

◆ CMA로 몰린 돈들, 풍부한 유동성보여주는 청신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57조4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증시 대기 자금은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산업을 위한 정부 육성 정책 등이 가세하면서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해서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이달 초 정부는 데이터 사업, 수소·전기차 개발, 친환경 산업 등에 투자하는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 펀드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증시와 실물증시의 괴리감으로 인한 조정가능성도 언급된다.

최석원 센터장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인 부양 조치와 함께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상승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대신 증시와 실물경제 간의 괴리가 계속 커지는 만큼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탈)이 좋아지지 않으면 시장 조정 과정이 깊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부동산 가격 급등에 주식 시장 상승세를 보고 '빚투'(빚내서 투자)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부동산은 자본이 많이 필요해 젊은층이 접근하기 어렵지만, 주식은 적은 금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며 "저금리여서 대출 부담이 적어졌고, 최근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본 젊은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빚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과 같은 가격 변동이 심한 위험자산에 빚을 내 투자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개인은 물론 금융 기관도 타격을 입게 돼 불안 요인이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