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외 주식 시장에 몰린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100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이에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투자 열기에 힘입어 신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개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액+예탁금 증가액+해외주식 순매수액, 총합 100조 육박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1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43조5천56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2조3천764억원 규모다. 양대 증권시장을 합치면 55조9천327억원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5일 기준 56조6천921억원으로, 작년 말(27조3천933억원)보다 29조2천988억원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을 말한다.
14일까지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135억7천만달러(약 16조원)이다. 2017년 14억5천만달러, 2018년 15억7천만달러, 2019년 25억1천만달러로 점차 늘어났던 해외주식 순매수액이 올해 급증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유입된 개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액과 예탁금 증가액, 해외주식 순매수액을 단순 집계하면 100조원을 웃돈다.
예탁금 증가액과 해외주식 순매수에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몫이 포함됐지만,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매서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들어 개인이 국내외 주식에 1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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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 치열한 서학개미 유치전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에 주목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주식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부터 모바일증권 서비스 '나무' 앱으로 해외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을 상대로 매매수수료율을 0.09%로 낮추기로 했다. 우대 기한은 지난 내년 3월까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소액으로도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앱 '미니스탁'을 출시하면서 신규 가입 고객에게 최대 1만원 상당의 해외 주식을 지급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해외 주식 거래 신규 고객에 거래수수료를 0.08%(미국 기준)로까지 낮추는 우대 혜택을 내놨다. 환전 수수료도 우대율을 80%로 적용하는 이벤트도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다음 달 23일까지 해외주식 거래 고객을 상대로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포인트를 제공하는 '글로벌 핵인싸 이벤트'를 벌인다.
박상현 하나금융투자 글로벌주식영업실장은 "'동학개미'를 넘어 '서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있듯이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투자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고객을 응원하는 취지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의 경우 비대면 매매 수수료가 사실상 무료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처럼 해외 주식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의 힘… 올해 코스피 상승률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증시는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 G20 국가의 대표 증시 지수를 연중 저점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지수는 64.42% 상승해 아르헨티나(107.5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들어 주가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여가 큰 요인은 개인의 직접 투자"라며 "제로 금리 환경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자연스레 주식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금리로 막대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은 증시로 흘러들었다. 올해 증시는 흘러든 유동성과 신산업·신기술과 코로나 백신·치료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합쳐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그린 뉴딜도 호재가 되고 있다.
◆ 증시 열풍, 실물 경제와 괴리…"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 대비해야"
일각에서는 증시의 상승세와 달리 실물 경제는 정체라는 점에서 조정 국면을 우려한다. 경제 펀더멘털은 최악인데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증시가 펄펄 끓는 것은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11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일부 내수지표의 개선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수출·생산의 부진 완화 흐름이 이어졌으나 코로나19 재확산과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15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통해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1%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액 증가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은 한은이 분기별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1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보다 0.2%포인트 내린 -1.0%로 전망했다.
기업 실적이 바닥을 기고 내수가 침체되며 성장률 전망치 까지 하향한 만큼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산재한 것이다. 금융시장 안팎에선 유동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고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6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주식시장 가격이 전망보다 좋다 보니 실물과 금융 간 불일치가 있다고 한다"며 "백신 개발이 연말까지 된다면 좋겠지만, 만약 연기된다면 시장이 실망하면서 자산 가격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나서야" 의견도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가진 주식 특성상 빚투를 경계한다. 그러면서 조정이 본격화되면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우려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과 같은 가격 변동이 심한 위험자산에 빚을 내 투자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개인은 물론 금융 기관도 타격을 입게 돼 불안 요인이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증시 거품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혹은 대출 한도 축소 카드를 통해 빚투를 경계하는 한편 개인 및 자영업자에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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