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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설비투자 매년 하락…‘기가토피아’ 선언 무색

초고속 인터넷 속도저하 문제로 논란을 빚은 KT가 매년 설비투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2014년 황창규 당시 회장 취임 직후 기가 인터넷 육성을 위한 '기가토피아' 비전을 선언했지만 설비투자액은 하락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연도별 설비투자액(CAPEX)은 2012년 3조7천110억원에서 2018년 1조9천770억원까지 매년 감소했다.

2019년 3조2천570억원으로 한해 늘었을 뿐 2020년 다시 2조8천7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2년은 LTE 상용화 이듬해고 2019년은 5G 상용화 시기로, 결국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시기 전후를 제외하면 예외없이 투자액을 줄인 것이다.

심지어 5G 상용화 시기를 맞아 늘어난 2019년 설비투자액도 6, 7년 전이자 이전 세대 서비스인 LTE 상용화 이후인 2012년과 2013년(3조3천130억원)보다도 적었다.

 KT

게다가 KT는 올해 설비투자액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는 결국 소극적인 설비투자가 품질저하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품질에 민감한 이동통신에 비해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데 따른 불만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것으로 풀이했다.

◆ 타사 대비 적은 KT 설비투자액

타사와 비교해도 KT의 설비투자액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은행(IB)업계 추산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유무선 설비투자액은 2조8천720억원으로, SK텔레콤 계열의 유무선 투자액 3조236억원보다 1천500억원가량 적었다.

2019년에는 SK텔레콤 계열이 3조7천312억원, KT 3조2천570억원으로, 양사 격차가 약 5천억원으로 더욱 컸다.

지난해 2조3천800억원을 설비에 투자한 LG유플러스와 비교하면 KT의 투자액은 약 5천억원 많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양사 매출액이 KT 23조9천억원, LG유플러스 13조4천억원으로 10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데 비하면 훨씬 적은 격차다.

시장 점유율과 비교해도 KT의 설비투자 금액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유선통신 시장점유율이 KT 41%, SK텔레콤 계열 29%, LG유플러스 20%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품질 관리는 외면하고 가입자 늘리기에만 골몰해온 일부 잘못된 관행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정부가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인터넷 10기가 품질 속도 문제

◆ 과기정통부 "KT. 10기가 인터넷 품질 문제 해결 노력해야"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23일 KT의 10기가 인터넷 품질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그는 이날 KT 아현국사를 방문해 통신재난 방지대책 추진현황을 점검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KT는 더욱 긴장해서 통신재난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관리 등 기본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의 실태점검에 협조하고,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은 유명 IT 유튜버 잇섭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용 중인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100Mbps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하면서 확산했다.

KT는 자사 초고속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일자 구현모 대표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10기가 인터넷 속도 설명하는 유튜버 잇섭 [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