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르면 내달 하순께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부총리 등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내각에서 부총리는 통상 재무상을 겸한다.
▲ 스가 전 총리 부총리 기용 부상
경제 부처 한 간부는 "기시다 내각에 부족하기 쉬운 개혁 역량과 돌파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스가 전 총리 부총리 기용 방안이 부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자민당 내 역학 구도 변화 과정에서도 스가 전 총리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민당 내 파벌에 소속되지 않은 스가 전 총리는 무파벌 의원 사이에서 영향력이 강하며,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와도 관계가 돈독하다.
두 정당과 자민당 사이에서 '파이브'(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왔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스가 전 총리 주변에선 "이제 스가 전 총리만이 두 정당과 조율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향후 개각 등에서 스가 전 총리와 그 주변 의원을 대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이번 개각에서 내각의 핵심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아베의 핵심 측근이었던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 간부 인사에선 아베 전 총리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 "기시다, 모테기파·아소파와 결속 강화"
기시다 총리가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통해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카이'(아베파) 소속 인사들을 대거 교체할지 주목된다.
마이니치신문은 "분배 중시를 내건 (기시다) 총리에게 아베 전 총리는 성장을 중시하는 '아베노믹스'의 계승을 요구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 재건 노선에도 (아베 전 총리는) 방위비 확대를 주장하며 견제했다"고 전했다.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인 아베파와는 정책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자민당 내 파벌 구도를 보면 아베파가 93명(이하 소속 국회의원)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2위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모테기파'(54명), 3위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수장인 아소파(49명)다. 기시다파는 44명으로 4위에 그친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베파의 영향력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2~3위 파벌과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파 입장에선 아베파보다는 모테기파와 아소파가 정책 지향이 가깝고, 두 파벌은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대체로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다.
자민당 간부는 아베파의 동향을 주시하겠지만 "앞으로 3개 파벌(기시다파·모테기파·아소파)가 정권 운용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한편, 아베파에는 '절대적 지도자'로 군림한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생전에 아베파의 차기 리더 후보로 시모무라 하쿠분 전 자민당 정조회장과 마쓰노 관방장관, 하기우다 경산상 등을 꼽았지만 아베를 대신할 인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정계를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 지난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아베파의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