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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가격, 경기침체 우려에 상승세 주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급등했던 세계 식량 가격이 경기침체 우려와 공급난 완화 기대감에 차츰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경질 적색 겨울 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 지난 5월 17일에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71%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차츰 내려 이날 현재 5월 고점보다 36% 하락하면서 연초 대비 상승률도 9%대로 낮아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도 3월에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3개월 연속 소폭 하락, 6월 기준으로 3월보다 3% 내렸다.

그러는 사이 한 세기 이상 지속된 곡물 교역 관행이 바뀌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막대한 양의 동유럽산 옥수수·밀·해바라기유 등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세계 각국이 자국 생산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곡물 가격 하락엔 공급난 완화 분위기가 일조했다.

러시아산 곡물 수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밀 수확량이 이번 시즌에 기록적인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 러시아산 곡물 운송은 이번 전쟁과 관련한 여러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유엔이 흑해 항구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을 재개하는 원칙에 합의한 점은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이란 희망을 북돋아 주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농산물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곡물 가격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곡물 가격 하락세는 개발도상국에 희소식이다. 이들 국가는 치솟는 곡물 가격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선진국도 혜택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미국 가금류 가공업체 퍼듀 팜스는 사료 가격이 최근 수일 동안 내렸다고 밝혔다. 사료 가격은 육류업계에서 주된 비용 항목이다. 옥수수 가격이 5월 중순 이후 20% 이상 하락했고, 대두박은 약 10% 내렸다.

곡물 [무료이미지]

하지만 미 농무부에 따르면 곡물과 지방 종자의 전 세계 재고량은 이번 시즌에 여전히 빠듯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곡물 가격이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곡물 가격이 내렸다고 하지만 연초에 비해 옥수수 가격은 3.2%, 대두는 12.7% 각각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악천후로 주요 작물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습한 환경으로 옥수수와 대두 재배가 늦어지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건조한 날씨로 밀 파종이 제약을 받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선 다음번 농사를 진행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현재 수확한 곡물을 해외로 판매할 수 없어 종자와 연료 등 농사에 필요한 물품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 판로가 막힌 곡물이 우크라이나에 쌓이면 우크라이나 내 곡물 가격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 농업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흑해 항구 폐쇄가 이어지면 향후 수개월 후에 우크라이나 내 곡물 가격이 30∼50% 내릴 수 있고, 그 여파로 우크라이나 곡물 재배 면적이 그만큼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곡물 공급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곡물 가격 상승세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는 셈이라고 식량·농업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