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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 틀어쥔 푸틴…서방 제재 탓하며 공급 축소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점검을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적시에 재가동하겠다면서도, 공급량 추가축소 가능성을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튀르키예(터키) 정상과 회담한 후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늘 책임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모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트해를 관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11일부터 열흘간 정기 점검을 진행 중이다. 일각서는 러시아가 자국을 향한 국제 제재 해제를 압박하기 위해 21일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직접 노르트스트림-1 재가동을 거론한 데 앞서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도 가스프롬 내부 소식통을 인용, 21일 가스 공급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런 우려는 일단 해소되는 분위기다.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하는 푸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하는 푸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수리를 맡긴 파이프라인 가스터빈이 제때 반환되지 않고 있다면서 공급량이 축소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터빈 하나가 추가로 고장 났다면서 "작동하던 터빈이 2대였다. 2대가 하루 6천만㎥를 수송했다. 터빈 한 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1대밖에 남지 않는다. 그럼 3천만㎥가 된다"고 밝혔다.

일일 공급량 3천만㎥는 노르트스트림1 최대 용량의 5분의 1수준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가 터빈 수리 지연의 한 요인이 됐다는 점을 겨냥, "이것이 가스프롬 탓이냐"라고 강조했다.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기존의 40%로 줄인 바 있다. 독일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지멘스에너지는 터빈 수리를 캐나다 전문 업체에 맡겼는데, 캐나다 정부가 대러 제재를 이유로 터빈 반환 여부를 한동안 고심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캐나다는 최근 항공편으로 터빈을 독일에 운송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푸틴 대통령은 가스프롬이 이와 관련한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유럽에 천연가스를 연간 최대 550억㎥ 이상 공급할 수 있다. 작년 유럽의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은 1천400억㎥였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논의하는 데 대해서는 "석유 수출량을 제한하고 가격에 상한선을 씌우겠다는 미친 생각을 전해 듣고 있다"며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가격 상승이다.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곡물 수출 제한이 해제되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돕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터키(튀르키예)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합의 도달을 위해 큰 노력을 했다"며 "합의는 패키지로 묶여야 한다. 즉, 러시아 곡물에 대한 수출 제한이 해제돼야 우크라이나산 수출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기존 합의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올해 3월 양국이 평화협상에 나섰을 당시 휴전을 위한 예비적 합의가 사실상 타결됐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합의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