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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곡물수출 협상 타결"…이스탄불서 22일 서명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묶인 곡물 2천만t이 흑해를 통해 식량위기를 겪는 글로벌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열렸다.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22일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리는 합의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영국 BBC 방송에 "유엔 주도로 곡물 수출봉쇄 해제 관련 회담이 22일 열릴 예정이며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확인했다.

오데사항 근처에 보관 중인 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오데사항 근처에 보관 중인 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들 대표단은 이번 주 협상을 재개해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최종 합의문 서명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세르히이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아직 합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전체 당사자가 현재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대로 발효된다면 엄청난 수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드나들 수 있다. 그러면 곡물 2천만t을 수출할 수 있다. 이미 준비는 완료돼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해상 수출로인 흑해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이후 교전 때문에 봉쇄됐다.

밀, 보리, 해바라기씨 등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2천만t이 오데사항에서 오도가도 못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도가 높은 수입국들은 어려움을 겪었고 글로벌 식품 시장은 가격상승 충격을 받았다.

이날 BBC방송이 보도한 합의안에는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운송선이 오데사항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튀르키예가 수출입 선박을 검사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합의안 타결 임박 소식을 반기면서도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애초에 이런 (수출 봉쇄) 상황이 만들어져선 안 됐다.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이 흑해를 봉쇄한 탓에 곡물 등 기타 품목의 수출이 제한됐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농가의 곡물을 훔쳐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군이 항구를 봉쇄한 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부설해 항구 진출입을 막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식량 위기 또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탓에 러시아산 식량·비료 수출이 막히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러시아와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튀르키예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유엔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중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