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독일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량을 다시 줄인다고 25일(현지시간) 통보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불안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열흘 간 끊었다가 40%만 재개한 지 나흘 만에 다시 20%로 옥좼다.
BBC 방송, AF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1의 터빈 하나의 가동은 '엔진의 기술적 상태' 때문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 27일 오전 7시부터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하루 가스운송량이 현재(하루 6천700만㎥)의 2분의 1인 하루 3천300만㎥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에선 현재 2개의 터빈만이 가동되고 있는데, 1개 터빈이 더 가동 중단되면서 터빈 하나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3천300만㎥의 운송량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독일은 러시아가 든 '기술적 이유'가 근거 없는 소리라며 즉각 반발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정보에 따르면 수송을 감축할 기술적 사유가 전혀 없다"면서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4일에도 기술적 이유를 들어 가스 공급을 40% 수준으로 줄였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받게 된 서방제재에 보복하려고 유럽행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최근 가스공급을 아예 끊었다가 이달 21일 40%만 재개했으나 이날 조치로 나흘 만에 공급량을 20%로 다시 끌어내린다고 예고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높은 유럽연합, '절약' 외 방법 없어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기대고 있으며 독일은 의존도가 55%에 달할 정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럽이 이같은 '가스 전쟁'에 맞서 러시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는 난방 수요가 증가해 에너지 공급이 빠듯해지는 겨울이 닥치기 전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일 묘안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일 EU는 러시아산 가스 감축에 대비해 내년 봄까지 가스 사용을 15% 줄이자고 회원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당장 EU 내부에서는 반발 조짐이 나온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가스 15% 절약이 독일을 배려하려는 의도라며 자국민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U는 독일 때문에 가스를 절약하자는 게 아니라 러시아 가스 중단 시 모든 회원국 경제가 휘청인다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EU가 이 같은 가스절약안을 논의하려고 소집한 26일 긴급회의를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공급 감축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따로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그의 예측 불가능성을 과시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유럽에 휘두를 영향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