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앞두고 각국 석탄 사재기에 나서면서 국제 석탄값이 오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콜롬비아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구매선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연초 t당 134달러였던 석탄 가격이 40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석탄 기준가인 ICE ARA 석탄 가격은 이날 t당 366.05달러로 마감, 올해 들어 166.1% 급등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소비한 석탄 가운데 46%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석탄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수출량을 대폭 줄이는 등 에너지 무기화로 서방 제재에 맞서면서 천연가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올해 석탄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EU 석탄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석탄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나서면서 세계 석탄업계의 유럽으로 수출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레이드 데이터 모니터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3∼5월 호주산 석탄 수입량을 21%나 늘렸다.
같은 기간 독일의 남아공산 석탄 수입량은 7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동기 독일 석탄 수입량의 1%에도 못 미쳤던 남아공 석탄 비중은 8.1%로 커졌다.
독일의 콜롬비아산 석탄 수입량도 같은 기간에 거의 4배로 늘어났으며, 미국산 석탄의 독일 수출량도 10% 이상 증가했다.
폴란드는 그동안 의존했던 러시아산 석탄 대신 카자흐스탄산 석탄 수입량을 배로 늘렸으며, 콜롬비아·캐나다산 석탄도 수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발전용 석탄 수출국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석탄 주 공급국인 인도네시아도 그동안 등한시했던 유럽 지역으로 수출 확대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160만t의 석탄을 유럽에 수출했다.
이는 EU의 하루 석탄 소비량 정도에 불과한 양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량과 비교하면 무려 4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상반기에 이탈리아에 1억1200만달러(약 1470억원)어치의 석탄을 수출했으며, 네덜란드와 폴란드, 스위스에도 석탄을 공급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의 석탄 전문가인 디팩 캐넌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발전용 석탄 시장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로 유럽의 석탄 수요가 아시아 국가들의 석탄 공급국인 호주와 인도네시아, 남아공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