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회기 종료일인 9일에도 협상의 끈을 이어갔지만 주요 쟁점 예산은 물론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예산부수법안을 놓고 평행선만 달렸다.
특히 예산부수법안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 문제가 막판 최대 걸림돌로 등장하며 협상 물꼬를 틀어막은 형국이다.
여야 모두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오는 11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합의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11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시한이기도 하다.
'예산안 우선 처리'를 강조해 온 김진표 국회의장은 해임안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처리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양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여·야·정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 방으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만 확인하고, 30분도 안 돼 헤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와 관련해 민주당이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도 거부했다"며 "일단 법인세 합의가 돼야 한다. 아직 (예산안) 감액 규모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여전히 쟁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팽팽한 대치 상태는 오후가 돼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양당 원내대표는 오후 김 의장과 각각 면담한 뒤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예산안 심사 지연을 상대 탓으로 돌리려는 막판 여론전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여당의 예산부수법안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초부자감세론이라는 낙인을 찍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낡은 프레임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재정적 효율성도 없는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주장과 지역상품권과 경찰국 예산 등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30분 앞서 박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당은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양보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며 "우리는 양보할 건 양보했다. 결국 떡 하나 줬더니 손모가지를 달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예산안 감액 규모를 놓고도 국민의힘은 기존대로 마지노선을 2조6천억원으로 설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목표로 이미 허리띠를 졸라맨 만큼 국회에서 감액 규모를 더 키우지 말자는 주장이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건전재정 기조로 20조원 넘게 예산 구조조정을 했고, 국세 중에도 22조원 넘게 지방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기준에 맞춰 감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안 감액 규모를 '최소 5조1천억원'으로 못 박고 팽팽히 맞섰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연이은 협상 불발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 오전 회동에서 '오후 2시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우선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원내 지도부는 오후 3시께 자체 수정안을 들고 의장실을 찾았다.
이에 김 의장은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들은 정기국회 내 처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 수정안' 처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