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되어 있어 반도체 경기 하락에 더욱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0일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위축으로 경기가 부진해짐에 따라, 향후 반도체경기의 전개 양상과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금액)은 전년동기대비 40.0% 감소했다. 이는 전체 수출금액 감소(-12.6%)의 62.7%에 해당하는 –7.9%p 기여한 것이다.
또 1분기 들어 반도체 수출 가격이 32.2% 하락한 가운데 수출 물량 역시 11.0% 줄어들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 부문은 시스템 부문에 비해 규모는 1/3 정도이나, 가격 변동성이 큰 경향을 보여왔으며, 최근의 반도체경기 하락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통상 가격 변동이 매우 큰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 주문생산 중심으로 계약부터 인도까지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최근 반도체 경기 하락은 메모리 부문에서 주도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시스템 반도체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1% 감소한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56.3% 급감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메모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하다고 KDI는 설명했다.
메모리와 시스템 부문으로 한정할 경우, 2022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의 비중은 63.8%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메모리 비중 30.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對중국 비중은 최근 크게 변하지 않은바, 반도체 수출 감소에 대한 중국 수요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KDI는 분석했다.
한국의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수출 중 對중국 비중은 각각 44.7%, 32.5%로 2021~22년의 43.9%, 32.9%와 유사한 수준이다.
KDI는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버와 모바일기기의 교체 주기가 다소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 수요는 올해 초·중반, 모바일기기 수요는 2∼3분기께 각각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KDI는 밝혔다.
KDI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 부진은 수출뿐만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내년까지 세수 여건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시키고 반도체 가격이 20% 하락하면 민간소비 위축으로 GDP는 0.15%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업 특성상 취업 유발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