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국회 문턱을 다시 넘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지 37일 만이다.
거대 야당의 채상병특검법 재강행에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꺼내 들 것으로 유력시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날 오후 시작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약 26시간 만에 표결로 강제 종결했다.
채상병특검법은 곧바로 표결에 부쳐져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22대 국회 들어 처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과 특검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다. 안철수, 김재섭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각각 찬성,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5월 30일 채상병특검법을 당론 1호로 재발의했다. 기존 특검법안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폐기된 지 이틀만이었다.
재발의된 채상병특검법은 민주당만 가졌던 특검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도 부여해 조국혁신당 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등 21대 때 특검법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
재발의 22일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초고속'으로 통과한 특검법은 이날 35일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정쟁용 법안"이라며 그 부당성을 알리는 필리버스터로 특검법 표결을 저지하려 했으나, 의석수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채상병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채상병특검법 통과 직후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의 극한 충돌에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첫날에만 일부 진행되다 중단됐고, 이후 연이틀 무산됐다.
여야가 정략적 계산에 따라 대치만 고집하면서 국회가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 묻는 자리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5일 열릴 예정이었던 22대 국회 개원식도 연기됐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와 특검법 강행 처리를 이유로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을 규탄하며 개원식 불참을 선언하고, 윤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요청하면서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진행해 왔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원(院) 구성 문제로 충돌했던 여야의 대치 상황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7월 국회 곳곳이 지뢰밭인 형국이다.
당장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방통위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야당이 추진하는 '이재명 전 대표 수사검사 탄핵'을 둘러싼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