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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50억 클럽 지목' 권순일 前대법관·홍선근 머투 회장 기소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당사자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법조인·정치인·언론인 등이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약 3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이날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 행정소송 1심의 재판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재직 기간 1억5천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대한변협이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승인한 건 2022년 12월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고문 재직 기간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장지구 송전선로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성남의뜰 패소를 확정했다.

화천대유 대표를 지낸 이성문 씨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21년 초 이씨로부터 송전선 민원 내용을 보고받았고, 행정소송은 대형 로펌에 맡기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의견을 말했다"며 "회사 고문을 시작할 당시에는 송전탑 문제를 알지도 못했고, 그런 얘기를 회사 측으로부터 들은 적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근로계약을 맺고 회사의 경영 전반에 관한 고문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연합뉴스 제공]

검찰은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의 언론사 선배인 홍 회장은 2020년 1월 김씨에게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원금만 갚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이 면제받은 약정 이자 1천454만원을 김씨로부터 수수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50억 클럽 의혹은 2021년 9월 처음 제기됐다.

명단에 포함된 6인 중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도 2021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검찰은 올해 3월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다시 수사를 본격화했고, 지난달 홍 회장과 권 전 대법관을 차례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한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선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권 전 대법관은 재임하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씨가 대법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이 무죄 판결로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했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다.

다만 김씨가 관련 의혹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날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비판 기사를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직 언론인 2명을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한겨레 간부를 지낸 A씨는 2019년 5월∼2020년 8월 청탁과 함께 아파트 분양대금 총 8억9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중앙일보 간부를 지낸 B씨는 2019년 4월∼2021년 8월 김씨로부터 청탁받고 총 2억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김씨와 돈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한국일보 간부 C씨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씨는 홍 회장에게 1천454만원을 제공한 혐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언론인들에게 12억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