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안전문제로 인해 전기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이에 향후 정부 지침과 화재 방지를 위한 업계의 기술 연구 현황 등을 정리했다.
▲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 전기차 화재
이차전지의 배터리 열폭주는 전기차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거론되던 문제였으나, 차량 가동을 위해 배터리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부터 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일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시 화재 발생 차량은 벤츠의 EQE 350 전기차로, 소방당국의 진화 노력에도 8시간을 타오르면서 지하주차장에 있던 약 140여 대의 차량이 전소됐다.
불길을 초기에 진화할 수 없던 이유는 배터리가 타는 원리가 일반적인 화재와 다르기 때문으로, 배터리 내부에 저장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기에 산소 차단이나 수압 분사로는 진압이 어렵다.
해결책으로 최근 차량 부근에 수조를 설치해 차량을 침수시키는 방법이 등장했으나, 이마저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최근 서울시에서는 90% 이상 충전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제한하도록 권고했으며,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배터리 화재가 전기차 포비아로 확산되면서 업계에서는 산업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전기차 액침냉각, 새로운 돌파구 될까
전기차 화재 이후 배터리 과충전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를 결정적인 화재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가 탄생하던 시절부터 존재해 왔기에 현대의 배터리는 최대 용량의 80%에서 90%에 도달했을 때 100%로 표기되도록 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보다는 복잡한 배터리 셀 내부의 구조적 결함이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문제일 가능성이 지목되고 있다.
BMS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류·전압·온도 등을 측정해 누전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에는 프로그램의 오작동이 오히려 사고를 일으킨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배터리의 열폭주를 예방할 수 없다면 열폭주가 발생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끔 하는 기술이 연구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는 배터리 액침냉각 기술이 있는데, 이는 데이터센터에서 컴퓨터를 냉각시키는 방법에서 고안한 기술이다.
액침냉각에 사용되는 용액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수 비전도 유체로, 이를 배터리 주위에 둘러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주요 정유사 4곳이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최초로 냉각용액을 개발하고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범 운용도 마친 SK엔무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를 출시, HD현대오일뱅크와 S-OIL 역시 올해 상반기 액침냉각 사업을 공식화하고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전자기기에 특화된 냉각유를 각각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