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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업 밸류업 지수, 국민연금 지탱할 기둥 되나?

최근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 진행된 가운데 부족한 수익률을 기업 밸류업 지수로 보강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국민연금에 사용한다는 방식은 관심을 끌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국민연금의 현황과 기업 밸류업 지수에 대한 전망을 정리했다.

▲ 국민연금 밸류업 지수 활용방안 강구 

지난 12일 국민연금을 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밸류업지수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연금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 논의을 주최했고, 한국거래소는 이번 달 안에 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 주식 리스트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은퇴 후 수령하는 실제 연금보다 낮기에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상황이다.

또 이날 국민연금 김태현 이사장은 정부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계획이 연금 수익률 1%p 상향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자산배분체계 개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 기금 운용 인프라 강화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기금운용본부의 주식 투자 지침에 ‘주주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라는 내용을 명시하며 새로운 가치형 투자펀드 운용사 3곳을 선정했다.

가치형 투자펀드는 시장평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다고 판단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실제 가치와 주가가 연동되면서 발생하는 차익을 얻는 방법이다.

투자 유형은 순수 주식형과 배당주형, 액티브형 등이 있으며, 현재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14.1%에 달하는 114조 원을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그중 절반은 외부 기업에 위탁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제공]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제공]

▲ 고질적인 기업 저평가, 해결할 수 있나

저출산으로 기금 고갈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이 밸류업 지수를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로 보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기업이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속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현상으로, 현재 국내 상장사 대부분은 자산 대비 가치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보다도 평가절하된 분위기다.

기업의 주가에는 미래의 가능성과 기대가 포함되기에 글로벌 IT 산업의 경우 현재 기업의 자산 총량보다 시가총액이 20배에서 30배 높은 현상도 나타나는데, 반면 현재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은 현재 자산보다도 시가총액이 낮다.

이러한 극단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평가를 높이면 기금 부족량을 보충할 만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현 정부 시작과 함께 추진된 정책이지만 아직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의 주된 원인으로는 현재 불합리한 기업지배구조가 꼽힌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국내의 경우 지배주주가 낮은 보유지분으로도 계열사·비영리법인 지분을 이용하여 모든 계열사에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선에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재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금운용본부 내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및 3개 분과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과 의결권 행사 기준을 정하면 기금 운용 전반에 반영하면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국민연금과 금감원이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 토론 [연합뉴스 제공]
지난 12일 국민연금과 금감원이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 토론 [연합뉴스 제공]

▲ 밸류업 지수 전망

국민연금은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률 향상을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는 국내 증시가 다소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국내 대장주로 불리는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주가가 8만 8000원대까지 상승한 바 있으나, 미국발 경기 침체와 AI 반도체 과열 우려 등이 겹치면서 최근 6만 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에 근접한 수치로, 글로벌 IT 기업의 PBR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평가받는 것에 비하면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황이다.

다만 최근 밸류업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율(배당)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국내 기업은 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당을 적게 지급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0년간의 국내 기업 배당 성향은 약 26%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지속적인 상승으로 지난해엔 이를 39.9%까지 끌어올리면서 미국과 같은 수준까지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6.4% 감소했음에도 현금 배당은 3.3% 높이는 행보를 보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배당률이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향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 국민연금은 금융감독원과 협력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현재 지목받는 주요한 개선 과제로는 기업 이사진의 독립성 보장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필요성, 주주가치 훼손하는 기업 합병 지양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장기투자 주체인 연기금과의 협력으로 책임성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상장사 공시 강화와 주주 충실의무 확대 등은 올해 하반기 안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