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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국인 근로자 증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지난 2010년대부터 8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체류하면서 사금융을 넘어 5대 시중 은행 사이에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하나은행은 최근 외국인 비율이 높은 경기도 평택에 새로 외국인 전용 지점을 구축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외국인 근로자 추이와 금융업계 영향 전망을 정리했다.

▲ 하나은행, 외국인전용 점포 영업 시작 

하나은행이 지난 19일 개점한 외국인 전용 점포는 영업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공간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평일에 은행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을 위해 하나은행은 외국인 밀집 지역에 일요영업점 총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영업점은 주말에 일평균 3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인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조성했는데,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지난 2019년 설치해 올해 5월에 천안으로 이전한 ‘천안역 컬쳐뱅크’가 있다.

천안역 컬쳐뱅크는 충청남도 지역의 외국인을 위한 커뮤니티 장소로서 다문화 가정과 주민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무료 진료소와 휴게공간·오픈키친·강의실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외국인 금융 시스템은 최근 AI·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경우 직원이 외국어를 할 줄 알거나 외국인 직원을 고용했지만, 최근에는 AI가 보급되면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통역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방식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업무 효율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AI 실시간 통역 시스템이 적용된 평택외국인센터점 [하나은행 제공]
AI 실시간 통역 시스템이 적용된 평택외국인센터점 [하나은행 제공]

▲ 은행권, 외국인 시장 공략 

한편 하나은행과 같은 시중 은행을 필두로 지방은행·인터넷은행에서도 외국인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부쩍 증가하는 모양새다.

법무부가 발표한 국내 체류 외국인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체류 인구가 200만 명을 밑돌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019년 수준인 250만 명 선을 회복했다.

특히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우 2022년 168만 명에서 지난해 188만 명까지 늘어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에서만 올해 12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신규 고객을 유치했으며, 이 수는 연말까지 총 3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중 은행이 외국인 고객을 빠르게 유치할 수 있는 이유는 전국에 운영하는 다수의 점포를 통해 외국인이 사용 가능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다수의 점포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효율 차이로 젊은 층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외국인에게는 점포 공간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는 외국인의 경우 온라인 금융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많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외화 유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이 비대면으로 5만 달러 이상을 해외에 송금하기 위해서는 여러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가족을 부양하거나 사업을 하는 등 송금 수요가 커 은행 점포를 직접 찾아야 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신규 고객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외국인 고객 선점 경쟁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연합뉴스 제공]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연합뉴스 제공]

▲ 국내 금융업 전망은?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을 제외한 5개 시중 은행의 주요 고객 연령층은 60대 이상이 24.1%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8년까지는 40대 비중이 21.1%로 가장 높았으나, 점차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연령층이 변화한 것이다.

반면 20대부터는 이용률이 13%대로 급감하며, 20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5.1%만이 4대 시중 은행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부터 편리한 송금 서비스와 최저 수수료·높은 예금 금리 등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비교적 서비스의 질이 비슷해진 현재도 인기를 이어나가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젊은 층의 금융 인식과 거래 특징에 관해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의 주거래은행 1위와 2위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3곳 중 최소 2곳은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잘파세대”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 은행의 사용자가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포통장 등의 우려로 외국인 이용이 대부분 제한된 대신 젊은 층의 유입이 많고, 시중 은행은 미래 고객 유치를 위해 더욱 외국인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토스뱅크가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향후 외국인 금융 규제 완화 가능성도 거론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