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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컬럼]세계 경제 위기 재연은 예정된 시나리오는 아니었는지

"신용팽창의 풍선이 결국 터진 것인가?" 금일 경제지표를 해석하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하루 사이에 3% 이상은 기본적으로 폭락했다. 4일 마감된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공업지수는 4%, 나스닥은 5% 넘게 하락했고 유럽시장도 연초 대비 15%가 떨어졌다. 유럽장에서도 각종 하락장의 진기록이 연출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

유럽에서는 국채가격 폭락과 뱅크런(Bank Run)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는 예금이 넘쳐(Run to Bank)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미국에서는 3개월 국채 수익률이 0%를 기록했다. 이는 그냥 돼지저금통이면 된다는 뜻으로 없어지지만 않게 현금만 보존하면 된다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안정자산으로의 집중은 예상대로 진행되어 '상대적 안전통화'인 스위스프랑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가 고작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유로화 대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절상을 견디다 못해 하루에 120억 달러나 퍼부었는데도 하루밤을 지나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정리하면 신용팽창의 위기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의 정황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금번은 사정이 다르다. 전세계 금융 소방서에서 상당한 금액의 물탱크를 소진해 가면서, 그리고 외상으로 물을 사서 불을 꺼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연방은행(FED)가 지난 3년 동안 쏟아부은 돈은 전세계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16조 달러, 두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한 직접 자금 투하 2조 달러에 이른다.

비유해 본다면 3년 동안 16조 달러가 넘는 지급보증과 3조 달러의 직접 자금 투하라는 막대한 물을 빌려서 꺼보려고 했으나 화재가 진압되지 못하고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2008년이 더 많은 유동성의 공급, 더 많은 신용의 공급, 더 많은 돈의 공급이 해결책이었지만 지금 ‘더 많은’신용과 유동성, 화폐가 문제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이는 가상의 공간(파생시장을 포함한 각종 신개념 신용시장을 말한다)의 화재에도 진압해야 하는 상황이 있음에도 어떻게 물을 또 구해 올 수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사고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워낙 물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현실공간을 꺼나가기에도 부족한 물이었음에도 충분히 꺼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생각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힘을 실어준 8월 4일이었다.

2008년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엔 더 많은 신용으로 물을 사서 불을 꺼나가는 전략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차라리 어차피 불난 곳에 더 화재 요인이 심한 곳이라면 그 곳은 그냥 타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다소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는 지금이다. 왜냐하면 나중에는 정말 지켜야 할 곳에 물이 없어 화재를 진압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유로존의 경우 재정안정기금을 확충(스페인,이탈리아까지 해결하자면 1조4000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또 한차례의 양적완화를 기대하며 미국 대통령의 입보다도 연방은행 총재인 버냉키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주식이 폭락하기 바로 열흘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모두의 골칫거리인 듯 싶었다. 오죽하면 유가 안정을 위해 세계 각국이 공조하여 전략비축유까지 방출했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그 유가가 전날보다 5.8%, 5.30달러 하락한 배럴당 86.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최저치이며 낙폭은 5월 이래 최대다.

전세계는 현상황에 대한 해석에 근본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지표의 해석에 근거한 지표의 개선으로 위장한 신용팽창의 오류에 대하여 근본적인 칼질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놀라울 정도의 전문화의 결론이 신용풍선의 폭발이 아니기 위해서라도 실물경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정리한다면 금융자산의 가치가 시장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 이상 신용으로 풀어내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향후 우리의 금융산업 역시 더욱 정확한 정비가 필요하다.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던 간에 지난 3년간 한국의 상대적 선방은 객관적으로 사실이었다.그러나 세계 공황에는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최근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작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 현 정부가 세계 속에 한국이 부실 금융국가가 되지 않도록 긴장해 나가야 할 때이다.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이 먼저 재정비에 서둘러 기회로 삼아야할 때이며, 후손들에게 더 큰 빚을 지우지 않는 선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