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수원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을 저지른 '살인마' 오원춘의 살해 동기가 성폭행이 아니라 '사체인육 거래'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오원춘이 사는 근방에서 100여명의 실종자들이 발생한 것이 오원춘의 인육 거래와 관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재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건 은폐·축소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는 지난 15일 오원춘에서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체 절단 부위가 고른 형태로 고난도의 방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간 목적 외에도 처음부터 사체 인육을 불상의 용도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육 거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법원도 오원춘이 인육거래를 위해 사람의 사체를 가축처럼 도축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오원춘은 조사 과정에서 여행용 가방에 사체를 넣기 위해 훼손했다고 진술했지만, 판결문에 따르면, 유사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사체를 처리하는데 평균 3시간이 걸리지만 오원춘 사건의 경우, 오원춘이 부엌칼만을 사용하고 칼날이 무뎌지면 갈아서 다시 사용하는 수법을 사용한 탓에 2배가 넘는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오원춘은 이 긴 시간 동안 사체를 고르고 일정하게 356조각으로 절단했다. 특히 표피와 피하지방 부분을 베어내고 그 밑의 근육층은 별도로 베어냈다. 법원은 인육 목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시체를 자를 이유가 없다고 본 것.
사체인육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유가족에 의해서 였다. 유가족들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 "오원춘이 인육공급책일 수도 있다"며 사체를 14개의 비닐봉지에 균등하게 담은 점, 일용직 노동자임에도 휴대전화를 4대나 소지하고 중국 왕래가 잦았던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처럼 단순한 유가족 측의 주장에 불과했던 사체인육설의 신빙성에 대해서 법원도 분명하게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체를 인육목적으로 잘라냈을 가능성이 높은 오원춘이 살던 근방에서 여성들이 무려 100여명이 넘게 실종됐는 데 경찰이 이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경찰은 지난 2007년 9월 한국에 처음 입국한 오원춘이 고양시 덕양구 사촌 여동생 집으로 주소를 등록한 뒤 이듬해 5월까지 경남 거제에서 거주하며 건설현장을 전전했으며, 2008년 6월부터는 용인과 부산, 대전 등을 떠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오씨가 거주했던 경남 거제, 부산, 대전 등에서 151명의 여성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실종자들이 오원춘의 사체인육거래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 제기다.
한 시민단체는 오원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지난 15일 수원지법 앞에 '못믿겠다 수사결과, 인육도살 재수사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오원춘의 사채 인육 거래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아고라에는 재수사 청원까지 올라와 있다.
오원춘은 이번 수원 여성 살해 사건과 관련, '도축해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사체를 잔인하고 정교하게 잘라낸 것으로 드러나 초범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었다.
조동환 외국인범죄척결연대 대표(62)는 이와 관련해 "사체를 장시간에 걸쳐 침착하게 훼손한 점을 보면 초범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며 "오원춘이 사용한 휴대전화 4대 통화내역과 행적 등을 찾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네티즌은 "인육은 양고기랑 맛이 매우 흡사하고 양념까지 하면 전문가조차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인육이 양고기 판매점에 거래됐을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새로운 증거나 추가 혐의가 나오면 당연히 재수사가 가능하지만 이미 살인 혐의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공범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재수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