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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경제와 일자리의 딜레마

금년 한국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예측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성장률 예측치는 대개 2.5%를 넘지 않는다. 이 수준으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고민거리의 하나인 고용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률이 3% 수준은 되어야 현재의 고용수준이 유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용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통상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 및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 원화가치의 상승 등 국제경제적 조건이 좋지 못한데다 정치 불안요소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이 물결을 타고 넘을 준비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사실상의 수백만병의 실업자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한편 기쁜 소식이라 생각되지만 다른 한편 우리를 슬프게 하는 소식이 또 한 가지 들려온다. 바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소식이다. 삼성은 내년 초 가동계획으로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연산 200만대 가전공장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기업이 미국시장을 겨냥하여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장 확보 차원에서나 국제적 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분명히 즐거운 일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트럼프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일자리는 미국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이런 대규모 공장이 한국에 지어진다면 그 일 자리는 우리나라에 생길 수 있다. 이런 식으러 중국, 동남아에 공장을 지으면서 우리가 투자한 것이 얼마나 되었는가. 그 나라에 고용기회는 얼마나 생겼는가. 그 만큼 한국에는 비슷한 수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싼 임금, 안정된 노사관계, 새로운 시장확보의 차원에서 우리는 그 동안 적지 않은 해외투자를 하였고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상당한 성공도 거두었다. 이것이 대기업의 확대와 한국경제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를 증대하는 데는 그다지 기여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한국경제와 일자리의 딜레마이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로 풀 정도로 한국경제는 규모도 크지 않고 체질도 튼튼하지 못하다. 그러나 다음 정부는 지금과 통상정책이나 외교적 기술만으로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은 남다른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도 겸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